29일 오전 9시 50분 경기도 성남시 분당 정보통신기술협회(TTA) 지하 1층 회의실. 이날 9시 40분부터 속개된 주파수 경매는 긴장감 속에 KT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26일 마지막 라운드에서 ‘유예’를 선언한 KT의 선택에 따라 1.8GHz 주인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유예를 연속 두 번으로 선언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KT가 ‘레이스’를 외치면 경매가는 바로 1조원을 넘기는 상황이었다. KT가 결국 마감시간까지 입찰하지 않으며 1.8㎓는 SKT 품에 안겼다.
KT는 이미 이날 오전 회의를 통해 경매포기 방침을 정했다. 29일 첫 라운드 마감시간인 10시 10분을 앞두고 10시 전격적으로 1.8㎓ 입찰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바로 800㎒에 입찰해 최저가격인 2160억원에 가져갔다.
SKT와 KT가 불꽃을 튀긴 1.8㎓ 대역 경매는 총 9일 83라운드 만에 주인이 가려졌다. 당초 8000억원에서 1조원 사이로 추정됐던 이 대역의 최종 낙찰가는 9950억원. 1조원 문턱에서 질주를 멈췄다. 시작가였던 4455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긴 가격이었다.
지루하던 경매는 26일 1조를 눈앞에 두고서 급물살을 탔다. 경매가가 9000억원을 넘기며 KT는 80라운드에서 5분 만에 입찰가를 써냈고, SK텔레콤은 기존 입찰가보다 1.7% 높은 9950억원으로 1조원 턱밑까지 가격을 올렸다. KT가 82라운드에서 유예를 선택하자, SKT 쪽에서는 “애초에 1조원 이상 넘길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탄식이 나왔다.
SKT와 KT는 입찰경쟁 외에도 밖에서 치열한 기싸움을 펼쳤다. 경매가 시작되며 양사 모두 1.8㎓ 대역에 대한 절실함을 강조했다. KT는 40㎒의 고품질 LTE 서비스를 강조했고, SKT는 이미 시작한 LTE 서비스에 바로 사용 가능한 주파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SKT가 승리했다. KT는 이날 입찰포기를 선언한 다음 “사회적 논란 및 국가적 손실을 초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입찰 참여를 중단한다”며 “남은 재원을 클라우드 컴퓨팅, 콘텐츠 산업 활성화 및 중소기업 상생 등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T관계자는 ‘대의’를 강조한 공식입장과 별도로 “800㎒ 대역을 싼 값에 잘 가져왔다”고 말했다. SKT는 “가져오기는 했는데…아주 유쾌한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내부 반응을 전달했다. 경매가 끝난 날, 허탈함과 아쉬움이 양사 모두에게 짙게 남았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