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시작된 1.8㎓주파수 경매가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25일 KT가 입찰가 1조원을 코앞에 두고 돌연 입찰유예를 신청하면서 29일 경매속개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부에서는 1조원에 부담을 느낀 KT가 입찰 유예를 신청하면서 사실상 오늘이 주파수 경매의 ‘D데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입찰 유예란 입찰에 참여한 사업자가 판단을 한 라운드 미루는 것으로 일종의 ‘작전 타임’이다. 사업자는 총 두 번의 라운드에 한해 입찰 유예를 신청할 수 있다.
◇SK텔레콤와 KT의 막판 ‘수’ 싸움=SK텔레콤과 KT가 1조원을 앞두고 계산기를 다시 꺼냈다. 1조원까지 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막상 조 단위에 임박하면서 주파수 효용 가치를 포함한 경매 전략을 새로 짜기 시작한 것.
사실 입찰 가격이 8000억원을 넘어가면서 두 회사 모두 부담을 느껴 온 상황이었다. 역대 주파수 할당 가격에 비춰 볼 때 8000억~1조원 사이가 주파수 적정 가치지만 이전 대역과 비교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심 7000억~8000억원 정도를 적정 가격으로 보았으나 1조원에 임박하자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25일 마지막 세 라운드는 지금까지 양상과 다르게 전개됐다는 후문이다. 이날 9라운드에서 원래 30분을 꼬박 채워 입찰가를 내던 데서 KT가 5분만에 제출하자 10라운드에서 SK텔레콤은 1%를 웃도는 1.7%의 입찰가를 써내 9950억원 만들었다. 그동안 두 회사는 기본 베팅인 1%씩 입찰가를 올려 왔다. KT가 마지막 11라운드에서 급기야 유예신청 하는 등 1조원 목전에서 수 싸움이 치열했다는 분석이다.
◇KT의 장고, 낙찰 D데이 임박=유예 신청한 KT는 주말 내내 ‘장고’를 거듭했다. 자금 여력 면에서는 두 회사 모두 비슷하지만 1.8㎓에 대한 절박함은 KT가 다소 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1.8㎓대역 20㎒폭을 가진 KT는 40㎒대역을 갖는다면 품질 좋은 LTE서비스가 가능하다. 하지만 1조원 이상을 투자할 정도로 가치가 있을 지는 장담을 못하고 있다. 반면 이미 롱텀에벌루션(LTE) 서비스를 시작한 SK텔레콤은 KT에 비해 LTE만큼은 대역의 여유가 없을 뿐 더러 KT가 이를 가져간다면 서비스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3개 사업자 가운데 SK텔레콤은 800㎒대역 20㎒폭만 LTE로 확보해 가장 뒤처져 있다.
그러나 KT도 이미 80라운드 이상을 진행한 전례에 비춰볼 때 상당한 욕심을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같이 경매에 나온 800㎒대역은 가격은 싸지만 KT입장에서는 별 효용가치가 없는 주파수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29일 주파수 경매의 최종승자가 가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솔솔’ 나오고 있다. 만약 KT가 입찰에 참가한다면 다시 끝없는 레이스가 불가피하다. SK텔레콤도 입찰유예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게 분명하다. 29일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주파수 가격은 1조1000억원 이상을 상회한다. 자칫 승자없는 경매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래저래 29일은 대한민국 주파수 역사에서 숙명의 날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표> 1.8㎓ 주파수 경매 입찰가 추이(단위 : 억원)
강병준·김시소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