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잔인한 달...구글-애플-페이스북, 잇따라 서비스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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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글로벌 IT업계에서 부는 칼바람이 매섭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이 몇개월 전 야심차게 시작했거나 인수했던 서비스를 폐쇄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각) 해외 언론 및 공식 자료에 따르면, 구글 슬라이드, 애플 TV렌탈, 페이스북 딜이 서비스가 이미 사라졌거나, 곧 사라지게 될 예정이다.

구글은 약 1년 전에 2억 달러에 사들였던 슬라이드닷컴( http://www.slide.com ) 서비스를 곧 폐쇄할 계획이다. 이같은 사실은 창업자 맥스 레브친(Max Levchin)이 구글을 떠난 직후 공지사항 http://www.slide.com/static/blog 을 통해 알려지게 됐다. 그 동안 슬라이드닷컴 팀은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의 독립 사업부서로 존재해 왔는데, 창업자가 떠나자 마자 서비스를 없애고, 남은 직원들을 다른 업무에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튠즈 스토어에 야심차게 런칭했던 TV 쇼 렌탈 서비스를 최근 종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플은 당시 ABC나 폭스TV의 각종 TV 프로그램을 1.99달러에서 99센트로 크게 낮추면서 영구 구입보다는 렌탈(대여) 서비스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러나 결과는 부진했다.

애플 대변인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이튠즈 사용자들은 TV쇼를 구입하는 것을 압도적으로 선호했다"고 말해 사업 부진이 이유인 것을 사실상 인정했다.

페이스북의 경우는 더욱 더 심각하다. 그루폰과 리빙소셜이 이끌고 있는 소셜커머스를 겨냥해 불과 4개월 전에 런칭한 페이스북 딜( www.facebook.com/deals )을 폐쇄하기로 했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페이스북 딜을 4달 동안 테스트 해 본 결과, 우리의 딜 프로젝트를 몇 주 안에 폐쇄하기로 했다"며 "사람들을 로컬 비즈니스로 이끌 수 있는 소셜 비즈니스 역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소셜커머스에서 떨어져 나감에 따라 관련 업계는 더욱 더 그루폰과 리빙소셜 중심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IT업계에 사업포기 주기가 빨라졌다 = 불과 몇 개월 만에 서비스를 없애거나, 값비싸게 산 회사를 1~2년 만에 폐쇄하는 이같은 현상은 미국 IT업계에도 확산되고 있는 것들이다.

HP는 애플 아이패드 대항마로 내놓은 ‘터치패드’ 판매가 저조하자 7주 만에 바로 생산을 접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첫 스마트폰 ‘킨’을 48일 만에 단종 시켰다. 구글 역시 이메일과 메신저를 통합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웨이브’를 77일 만에 중단했다. 화제를 모았던 페이스북폰도 출시 36일만에 철수설이 나왔다.

지난 24일 뉴욕타임즈는 최근 글로벌 IT 업계에서 ‘끈기’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신제품을 내놓고 시장 반응이 좋지 않으면 이를 반영해 보완·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제품 자체를 포기한다. 특히 경쟁이 치열하고 시장 변화가 급격한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이를 할리우드 영화산업과 비교했다. 할리우드는 통상 영화 개봉 주 주말 관객 수에 따라 성패를 판가름한다. 개봉 3일 만에 상영작을 내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IT 업계도 신제품을 출시하고 반응이 뜨듯미지근하면 1~2개월 안에 사업을 접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대해 3가지 이유를 들어 분석했다.

우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이트 영향이다. 예전보다 공신력이 커진 IT 파워블로거들이 끊임없이 제품후기를 쏟아내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이 내용이 퍼진다. 출시 초기 혹평이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면 이를 만회하긴 쉽지 않다.

소비자의 ‘바뀐’ 성향도 한몫한다. 예전 소비자들은 선호하는 브랜드가 뚜렷해 어떤 제품이 나오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제품을 사기 위해 밤새 줄을 섰다가도 제품이 맘에 들지 않으면 곧바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만연해졌다는 것.

기업들 역시 대박 제품이 아닌데도 시장에 남아있게 될 경우, 각종 제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를 절감하는 차원에서 제품의 단종시기를 앞당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MS는 2005년 X박스360를 출시했을 당시 닌텐도 위(Wii)와 경쟁으로 인해 고전했지만 회사 측이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마케팅을 진행했다. 뉴욕타임즈는 ‘그랬기 때문에’ 지금은 가장 성공한 비디오 콘솔게임기가 됐다고 전했다.


전자신문미디어 테크트렌드팀 trend@etnews.com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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