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제8광구

 ‘바다가 아름다운 것은 석유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7광구 배우들이 심해에 내리꽂은 시추관 외벽에 새긴 글귀다.

 포항시 북동쪽 뱃길 따라 삼백이십리, 시추선이 하나 있다. 제 8광구다. 지식경제부가 산유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 2007년 대륙붕 위에 시추선을 구축했지만 이를 알고 있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다음 달 중순이면 수심 1800m에서 검은 시추원유를 뿜어 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망망대해에 우뚝 솟아 있다.

 지경부는 2009년 물리탐사를 통해 원유 1억6300만배럴이 묻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심해저 탐사기술 습득과 투자위험 분산을 위해 호주 우드사이드사와 석유공사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만약 ‘검은 황금’이 뿜어져 나올 경우 우리 땅 동해에서 대량의 원유를 생산하는 셈이다. 1000배럴의 원유가 하루 자동차 2만대를 운행할 수 있는 양인 것을 따져보면 매장량은 상상 이상이다.

8광구가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성공 가능성과 더불어 리스크를 함께 내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두 번의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원유수급 안정을 위해 석유공사를 설립했다. 산유국 실현과 자원 자립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 땅 우리기술로 대륙붕 개발에 매진해 왔다. 그 결과 1998년 대륙붕 31번째 시추봉에서 최초의 가스전을 발견했고 천연가스를 국내에 처음 공급했다. 이후 330억 입방피트 매장량을 가진 가스전이 발견되면서 약 2억5000만달러의 추가 수입대체 효과를 얻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자원 수입에 130조원을 쏟아 부었다. 1년 예산의 3분의 1을 에너지 수입에 지출한 것이다. 두바이유 국제 현물가격이 100달러를 넘어선지 오래다. 유가의 고공행진이 쉽게 멈출 것 같지 않아 더욱 불안하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세계 3차대전은 에너지전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총성전쟁은 우리가 모른 체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자원전쟁’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이를 모른 체하는 순간 우리가 쓸 석유는 구할 길이 없다. 우리 정부가 총성 없는 전쟁터에 석유공사·가스공사와 함께 민간기업을 ‘파병’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세월이 흘러도 국가가 유지되는 요소에는 변함이 없다. 첫째는 먹을거리이고, 둘째는 무기다. 주식이 생계의 필수라면 총과 같은 무기는 공격용이든 방어용이든 공동체 유지에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은 에너지다. 에너지 없이 산업이 있을 수 없다. 레닌조차 사회주의란 곧 ‘소비에트+전력화’라고 했겠는가.

 제 8광구 시추는 의미가 크다. 최초의 심해지역 시추를 통한 원유탐사 지평을 확대함과 동시에 석유·가스의 부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독자 광구개발을 통해 원유를 생산한다면, 그것은 꿈같은 일이다. 산유국이 누리던 오일머니를 우리나라도 향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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