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독일 법원 판결 달라…결론은?
삼성과 애플의 법정 공방이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 유럽 안에서 두 가지 성향의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네덜란드 법원은 24일 소프트웨어 특허 한 가지만을 인정, `사실상` 디자인 특허에 대해서는 삼성의 손을 들어준 반면, 독일 법원은 25일 "애플의 디자인 권리는 보호될 필요가 있어, 갤럭시탭 10.1의 독일 내 판매금지 가처분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지붕 두 판결 = 네덜란드 법원은 24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갤럭시S와 S2, 에이스 스마트폰의 네덜란드 내 판매를 금지했다. 헤이그 법원은 애플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기한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이 같이 판결했다. 그러나 법원은 삼성전자 갤럭시 탭에 대한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했다. 판매 금지 명령은 오는 10월13일부터 발효된다.
그러나 이 판결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번에 삼성이 지적당한 것은 소프트웨어 기술 한 가지 뿐이다. 헤이그 법원은 애플이 특허 침해를 주장하면 제기한 총 10건 중 9건에 대해 비침해 또는 특허무효 결정을 내렸다. 애플이 주장하고 있는 디자인 특허, 복제권 등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을 밝히고 있다. 삼성에게 상당히 유리한 판결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공식 블로그 http://www.samsungtomorrow.com/1560 를 통해 "네덜란드 법원이 애플이 6월 23일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 대해, 삼성은 갤럭시탭, 갤럭시S2 등 디자인과 의장 등 9건 은 침해하지 않았으며, 일부 품목에 대한 포토 플리킹(Photo Flicking) 기술 1건만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렸다"며 "사실상 디자인 침해 주장이 타당성이 없다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특히 갤럭시탭 10.1에 대해서는 전혀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이라며 "법원이 지적한 해당 기술 1건에 대해서도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갤럭시탭 10.1과 아이패드의 디자인 유사성을 둘러싸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의 상황은 정 반대 분위기다. 비록 최종 판결은 다음달 초로 미뤄졌지만 법원은 디자인 유사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각)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은 지난 9일 갤럭시탭10.1의 독일 지역 판매금지 가처분 판결 후, 이날 열린 재심에서 삼성전자 갤럭시탭10.1이 애플 아이패드와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요한나 브루에크너 판사는 “시장에서 충분히 볼 수 있는 것처럼 태블릿PC를 디자인하는 데는 많은 대안이 있다”며 “애플이 주장하는 유럽연합(EU) 내 디자인 권리는 광범위하지는 않아도 중간 수준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독일 법원의 이 같은 설명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어느 정도 침해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다만, 법원은 “애플이 지난 6월 삼성전자 갤럭시탭10.1의 독일 출시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을 삼성전자가 입증하면 판매금지 결정은 번복될 수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최종 판결은 예상보다 늦은 다음달 9일에 나온다.
◆특허와 디자인, 소송 쟁점은 = 이번 두 가지 소송의 쟁점은 특허보다는 디자인이다. 네덜란드 법원 역시 소프트웨어 특허 1건 침해는 인정해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지만, 해당 소프트웨어 기능은 구글의 진저브레드 OS에 포함된 것이다. 따라서 삼성이나 구글이 간단한 업데이트만으로 판매금지 처분을 피해갈 수 있다. 애플이 가장 중점적으로 제기한 디자인 특허 침해 등 외형 유사성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거나, 특허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따라서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나 갤럭시탭 태블릿의 판매는 네덜란드에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독일 법원 역시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과 유사성이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최종 결정은 결국 다음달 9일로 미뤄진 상황이지만, 일반적인 독일 법원의 소송 관례로 볼 때 해외 외신들은 이변이 없는 한 1심 판결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 갤럭시탭 10.1은 독일에서 판매가 불가능해진다.
삼성과 애플이 유럽서 한 번씩 주고 받은 1라운드 `강펀치`는 시작일 뿐이다. 요즘 `사실상` 패러디가 온라인에서 화제라더니, 어느 쪽이 `사실상` 승리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자신문미디어 테크트렌드팀 tre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