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스티브 잡스]포스트 잡스 시대, 애플의 미래는

 스티브 잡스 사임은 세계 IT 업계를 뒤흔드는 사건이다. 그 중에서도 현재 세계 IT 업계를 주도하는 애플의 앞날에 관심이 집중된다. 스티브 잡스는 한 명의 CEO가 아니라 애플의 혁신을 대표하는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애플 공식 발표는 스티브 잡스의 노고를 기리는 내용뿐 향후 계획은 빠져 있다. 스티브 잡스 사임 메시지 역시 추상적이다. 하지만 IT 업계는 잡스 사임과 관련해 향후 애플의 미래와 주식시장 동향 등을 두고 술렁거린다. 스티브 잡스의 존재감을 단적으로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사임 이유는 건강? 수렴청정?=잡스 사임 배경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이유는 건강 악화 가능성이다. 잡스 사임 메시지의 “애플 CEO로서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고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는 날”이라는 표현이 그의 건강 악화를 암시한다는 추측이다.

 최근 잡스가 공인한 최초의 전기가 당초 예정인 내년 3월에서 3달 정도 앞당겨진 오는 11월 출간된다는 소식도 건강문제에 무게를 더한다. 잡스는 지난 2004년 췌장암 수술에 이어 2009년에는 간 수술까지 받았다.

 일각에는 건강 이상설을 일축한다. 잡스가 샌프란시스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 이어 쿠퍼티노 의회에서 이틀간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건강 악화가 아니라면 다음으로 설득력을 얻는 배경에는 ‘경영권 이양 충격 완화’가 꼽힌다. 애플의 경영 상태나 실적이 사상 최고를 달리고 있는 시점에서 조기에 차기 CEO를 선임하고, 자신은 이사회 의장으로서 ‘수렴청정’을 펼칠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안개 속에 빠진 애플의 미래=현재 애플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기업이다. 스마트 혁명 진원지로 지금도 IT 혁신의 주역이다. 기업가치는 엑슨모빌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잡스 사임이 단기간에 애플의 탄탄한 기반을 무너뜨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스티브 잡스가 사임과 동시에 팀 쿡을 차기 CEO로 추천할 정도로 실력과 경험을 겸비한 경영진의 집단 지배구조도 만들어져 있다.

 잡스 와병 중에도 애플 경영진은 빈틈없이 회사를 이끌어왔다. 대표적 사례가 아이패드다. 아이패드 개발과 출시시기에 잡스는 건강 악화로 업무를 보기 힘들었지만 그가 빠진 경영진들이 보란듯이 아이폰을 잇는 히트상품 반열에 올렸다.

 단기적으론 풍랑을 이겨내겠지만 장기적 전망은 불투명하다. 후임 팀 쿡과 경영진이 과연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과 카리스마 공백을 채울 수 없다는 의구심이다.

 마이클 쿠스마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지난 1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그는 미래를 내다보는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가졌으며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알아챈다”고 설명했다.

 월스리트저널은 잡스 사임으로 일부 경영진의 추가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최근 애플 주가가 급등하면서 임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기회가 생겼고, 인센티브를 받을 가능성이 줄어든 점도 변수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최근 애플스토어를 성공으로 이끈 론 존슨이 백화점 JC페니로 자리를 옮겼다. 맥 소프트웨어 책임자인 버트란드 설렛도 지난 3월 애플을 떠났다.

 ◇줄 잇는 스티브 잡스 찬사=사임 이유나 애플 향배를 떠나서 스티브 잡스 사임에 세계 IT 전문가들은 충격과 함께 찬사를 보냈다. 애플 PC에서 아이폰까지 언제나 혁신의 비전을 보여준 천재의 이선 후퇴를 아쉬워했다.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은 사임 소식을 듣고 잡스를 ‘우리 시대 최고의 경영자’라고 극찬했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잡스가 생각이 빠르고 투지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몇몇 위기 속에서도 애플이 발전할 수 있었다”라며 “애플을 떠나더라도 100년간 우리 시대 최고 경영자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포그는 “나는 애플이 수많은 천재가 우글대는 곳이라는 데 동의한다”면서 “그러나 잡스는 그 어떤 조직체에서도 쉽지 않은 홀로 단 하나뿐인 비전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구글노믹스 저자인 제프 자비스도 “그에 보내는 찬사는 이르지 않다”며 “잡스 자체가 천재적인 인생”이라고 칭찬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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