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경영과 협력사 동반성장으로 가전유통 선도할 것 `하이마트 선종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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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 년 전 하이마트는 IMF 직후 1년 만에 130여개 점포를 집중 출점하며 삼성과 LG 등 대기업 대리점 주도의 국내 가전유통 시장 판도를 단숨에 바꿔 버렸다.

 TV·세탁기 등 품목별로 전 브랜드 제품을 취급하면서 가격과 성능을 비교할 수 있게 했고 중소기업 제품까지 판매하면서 고객들의 쇼핑 다양성과 편의를 높였다. 고객 만족도 확대는 정확히 회사 성장과 그 궤를 함께 했다.

 하이마트는 지난해 매출 3조원을 돌파했고 지난 6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도 했다. 해외 시장으로의 도전에도 착수했다. 25일 300호점을 개소하는 등 ‘주마가편(走馬加鞭)’을 계속하고 있다. 이 같은 하이마트 성공 신화의 중심에는 선종구 회장(64)이 있다.

 

 -300호점을 오픈했다. 그동안 하이마트 성과와 의미는.

 ▲먼저, 업계 최초로 300호 직영점을 오픈할 수 있도록 도와준 1300만 하이마트 고객과 110여 협력사 임직원께 감사드린다. 하이마트는 IMF 시기인 1999년 한 해 동안에만 130여 개의 매장을 오픈할 만큼 ‘스피드 경영’을 통해 국내 전자유통 시장 주도권을 확보했다. 경영진이 책상에 앉아 결재서류를 검토하기 보다 현장에 가서 직접 보면서 빠른 의사 결정을 했다. ‘경쟁사는 매장부지에 땅을 파기 시작했는데 하이마트는 오픈한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하이마트는 전 세계 다양한 전자제품을 한 곳에서 취급하는 전자제품전문점 모델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대기업 제조사 유통망이 주도하던 시장을 미국·일본처럼 카테고리 킬러가 주도하는 형태로 전환시켰다.

 -하이마트의 향후 비전을 설명해 달라.

 ▲지난해 국내 카테고리킬러로는 처음으로 연 매출 3조원을 돌파했고, 올 6월에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2020년 매출20조를 달성하고, 회사가치를 20배로 높인다는 ‘비전202020’을 세워놨다. 이를 위해 매장을 2015년 350점, 2020년 400점까지 확대하고 스마트TV·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 프리미엄상품은 물론 이미용품, 헬스케어까지 취급 상품과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가전수요가 늘고 있는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에도 진출해 세계적 유통회사로 성장해 나가겠다.

 -평소 동반성장에 많은 관심을 표시해 왔다.

 ▲하이마트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고객·협력사·국가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상생경영’을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대기업 제조사 전속점이 가전시장의 90% 가량을 차지하면서 중소가전사들은 물건을 팔기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대기업이 주문하는 상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에만 치중하는 일이 많았다. 하이마트가 카테고리 킬러 유통업체로 성장하면서 대기업 독과점 유통구조가 깨지고 품질이 우수한 중소기업 제품이 우대받는 풍토가 생겨났다. 현재 하이마트 연간 매출액을 분석해보면, 중소가전사가 만든 제품의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한다.

 -유통사와 제조사간 협력도 중요한데.

 ▲하이마트에 돈 못 버는 협력사는 필요 없다고 꾸준히 강조해 왔다. 협력사가 돈을 많이 벌어야 하이마트도 잘 되기 때문이다. 하이마트를 통해 삼성전자는 연간 국내 매출액의 20%, LG전자는 25%, 대우일렉트로닉스는 60%를 판매하고 있다. 일렉트로룩스와 소니·필립스·하이얼 등 해외 가전사도 중요한 하이마트 파트너들이다. 중소가전사도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뛰는 강소기업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평소 협력사 임직원에게 ‘국내 유통과 AS는 우리가 책임질 테니 제품 개발에 전념해서 세계 무대로 진출해 달라’고 자주 이야기한다. 유망 중소 제조사에는 어음지급보증 등 협력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다.

  -제품 판매 이외에 AS·배송에도 공을 많이 들여왔다.

 ▲대기업들은 대체로 잘 하지만 중소기업은 애프터서비스(AS)에 어려움이 있다. 고객들이 중소기업 제품을 고르다가도 비싼 대기업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가 AS 때문이다. 중소 가전사의 이런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하이마트는 전국에 11개 AS센터를 만들었고 전국 300개 매장이 AS접수창구 역할을 하도록 했다. 하이마트에서 물건을 산 사람이면 제조사에 책임이 있더라도 우리가 나서서 해결해주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하이마트는 11개소 물류센터와 서비스전용 물류센터인 자재터미널 1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어디든 24시간 이내 무료배송을 한다. 제품 설치 품질을 더욱 개선하기 위해 배송·설치 인력의 교육인증 제도인 ‘CS마스터’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지난달 한국능률협회컨설팅으로부터 ‘한국산업의 서비스품질지수’ 고객접점 부문에서 업계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유통업을 하면서 불편한 점도 있었을 것 같다.

 ▲현재 국내 전자제품 유통 시장은 하이마트로 대표되는 카테고리 킬러사와 제조사 전속점이 양분하고 있다. 제조사 전속점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 제조사들은 하이마트 같은 전문점에 자사 제품을 많이 팔아달라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동일한 상품을 파는 전속점을 늘리고 있다. 각 지역 하이마트 매장 옆에 나란히 출점해 경쟁도 한다. 한마디로 불공정한 게임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구조는 가격을 왜곡하고, 지나친 출혈경쟁으로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킨다. 동일 제품인데도 ‘하이마트 제품은 품질이 떨어진다’는 등의 근거 없는 비방(마타도어)으로 진실을 왜곡하는 일도 5~6년 전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세계 1, 2위 가전사가 만들어 공급하는 동일한 제품이 판매처에 따라 품질이 다를 수 있나? 또 서비스 차별도 있을 수 없다. 이런 비방을 없애고 깨끗한 거래·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기 위해 수년 동안 ‘올바른 유통질서 확립 캠페인’을 벌여오고 있다. 주최 측이 경기진행만 해야지 경기에 직접 뛰면 공정한 게임이 안 된다. 제조사는 기술개발을 통해 좋은 제품 생산에 전념하고 유통회사는 판매에 충실할 때 진정한 동반성장이 가능하다.

 -단순 경쟁력보다 비교우위를 강조해 왔는데.

 ▲회사나 개인의 경쟁력은 모두 상대적 개념이다. 내가 성적이 낮아도 남들이 더 나쁜 점수를 얻으면 내가 잘한 것이 되는 것이다. 회사도 상대방보다 더 잘해야 성장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하이마트의 핵심 노하우는 모두 공개하기 힘들다. 남들이 따라하면 비교 우위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이마트는 기존 유통점들이 하지 않던 편리한 주차공간과 체험형 매장으로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제조사에 배송을 전적으로 위탁하지 않고 자체 유통망을 확보한 것, AS를 강화한 것 등 경쟁사보다 빠르게 고객들의 마음을 읽어왔다.

 -해외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해외 매장을 출점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향후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베트남·인도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관심 지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4000달러 이하 신흥 발전국가다. 이런 지역은 사회간접시설이나 공장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고 이에 따른 고용증대로 소득이 증가하면서 가전제품 수요도 많아진다. 첫 타깃으로 삼은 인도네시아는 1인당 GDP가 3000달러 수준으로 1980년대 초·중반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2억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한 세계 4위의 인구대국으로 현재 국민소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크다. 하이마트의 강력한 구매력(바잉파워)과 경영 노하우를 결합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확신한다.

 -하이마트만의 기업문화를 소개한다면. 평소 직원들에 강조하는 말도 있을텐데.

 ▲‘협력사를 이기거나 군림하려 들지말라’는 말은 자주한다. 협력사는 좋은 제품을 공급해주는 고마운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또 ‘내 일처럼, 내 것처럼 일하라’라는 것도 강조한다. 어떤 일이든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이 있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창립 직후 시작한 ‘웃으며 삽시다’ 캠페인도 아직 진행 중이다. 하이마트는 아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크게 웃으며 박수를 치고 시작한다. 오전에는 부하직원을 혼내지 않는다는 사내 원칙도 있다.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고 업무효율도 떨어지는 것을 막자는 차원이다.

 -‘선종구’만의 리더십은 무엇인지.

 ▲직원에게 ‘열심히 해’라거나 ‘많이 팔자’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 간부급들에게도 이런 말은 하지 말라고 지시한다. 일종의 사내 금칙어다. 리더는 ‘무조건 많이 팔아’라고 해서는 안된다. ‘이렇게 해야 많이 팔 수 있다’고 알려줘야 한다.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닥달만 하는 리더는 실력이 없는 것이다. 때문에 리더는 항상 더 많이 생각하고 더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좋은 리더는 길을 제시하는 실력 있는 교육자여야 하며, 아픈 곳에 어떤 처방을 해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명의가 돼야 한다. 리더가 모두 다 직접하려는 것도 반대한다. 소소한 것까지 챙기기 보다는 큰 틀에서 길을 제시하고, 아랫사람들이 보고 느끼면서 실천하게 하는 것이 리더의 덕목이라 생각한다.

 

 # 선종구 회장 프로필

  -1947년 생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하이마트 대표이사 사장(2000)

  -산업포장 (2002. 모범상공인 부문)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표창(2007. 조손가정 후원 공로)

  -하이마트 대표이사 회장(2011. 현)

 

 #선종구의 경영 키워드

 △스피드 - 현장에서 빠른 의사 결정

 △동반성장 - 협력사·고객과 함께 발전

 △비교우위 - 경쟁자보다 앞서 나가는 전략

 △안내자 - 리더는 목표 이외 방법까지 제시해야

 △글로벌 - 해외시장으로 사업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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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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