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발전은 상상력과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길을 거닐면서 전화를 주고받는 것조차 생소했던 우리들이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뱅킹도 하고 맛집을 찾아 식사를 즐긴다. 주차를 스스로 해 주는 인공지능 자동차도 개발되고 있고, 아주 비싸기는 하겠지만 하늘을 나는 자가용 시대도 생각보다 성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과학자인 나도 어릴 적 책이나 영화에서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미래를 생각보다 빨리 체험하면서, 참으로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대단하다 싶고 그런 일들을 실현시키는 과학기술인들이 존경스럽다.
그렇다면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상상의 나래에는 빛나는 미래만 존재하는 것일까. 얼마 전, 한 작가의 있을 법한 미래에 대한 책을 읽고 정신이 번쩍 든 적이 있다. 바로 환경이 파괴된 미래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그곳에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대신 투석기가 출퇴근 수단으로 등장하고, 쓰레기를 버리거나 환경을 오염시키는 사람들은 교수형을 당한다. 또 비행기를 운행하기 위해 모든 승객들이 정말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다. 이런 미래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그냥 작가의 지나친 상상력이라고 하기에는 가슴이 섬뜩해 지는 내용들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실 과학기술의 즐거운 상상력만을 생각하며 현실에서도 긍정적인 면만 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원전사태 등을 겪으며 배운 것은 단순히 발전을 위한 발전만이 아닌 우리의 지속가능한 삶과 함께 하는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이면서도 고도로 최적화돼 있는 자연을 배워 과학기술에 활용하려는 자연모사공학에 대한 과학자들의 관심은 매우 고맙고 희망적이다. 최고의 건축자인 흰개미를 배워 지은 자동 냉방의 에너지 절약형 건물, 얼룩말의 검은 줄무늬와 흰 줄무늬를 이용한 지혜로운 단열재, 도마뱀붙이의 발바닥 나노털에서 배워 화합물질을 사용하지 않게 고안한 친환경 접착제 등 자연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지혜는 무궁무진하다. 이들은 모두 에너지와 자원을 덜 소모하고, 친환경적이라는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나도 비가 오면 저절로 청소되는 유리창을 개발하기 위해 연잎을 닮은 유리창, 태양빛의 반사를 막아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나방 눈의 구조를 닮은 태양전지 커버 유리, 안개로부터 물을 모을 수 있게 사막의 딱정벌레를 닮은 표면 등을 연구하고 있다. 자연의 기능을 완벽히 재현하기는 불가능하겠지만, 자연을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고자 하는 과학기술인의 호기심과 도전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임현의 한국기계연구원 자연모사연구실장 helim@kimm.re.kr
후원: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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