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번에는 유럽 문화의 자존심, 프랑스다. 10년 전 원조한류 스타 배용준이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일으킨 코리아 열풍은 유럽으로 건너가 파란눈의 젊은이들을 개선문 앞으로 불러 모았다.
유럽 10대들이 K팝에 열광한 계기는 무엇일까. 콘텐츠 마케팅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유튜브 같은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의 도움이 컸다. 한국 음악을 사랑하는 현지 친한파들은 다양한 IT플랫폼을 통해 열심히 메이드인코리아 음악을 실어 날랐다.
그렇다면 ‘IT한류’는 어떨까.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을 제외하고는 한국인들이 참여하고,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대한민국산 IT기술의 세계화는 아직 성공사례를 찾기 힘들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LG전자의 가전제품이 유럽과 미국에서 선전하는 것에 위안을 삼을 뿐이다.
지금까지 기술 또는 플랫폼 측면에서 IT한류로서 성공스토리는 만들어 지지 않고 있다. 2005∼2006년 경 해외 유선사업자와 방송사업자들로부터 관심을 모았던 휴대인터넷(WiBro)이 그랬다. 지상파멀티미디어방송(T-DMB)은 유럽의 DVB-H진영에 밀려 힘을 쓰지 못했다. 해외 전략적 우군과 동반자를 많이 만들지 못한 때문이다. 토종기술 마케팅도 열세다.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 부족도 한 몫 했다.
일각에서는 IT 테스트베드인 한국에서 외면당한 기술을 다른 나라가 채택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현 정부 출범 초기 와이브로와 IPTV는 IT분야의 양대 중점 추진과제로 언급됐었다.
와이브로는 통신요금 인하라는 국정운영 철학과 맞물려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됐다. IPTV는 미디어 다양성 논리와 더불어 주목받았다. 하지만 케이블사업자(MSO)들의 견제와 SO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프로그램제공사업자(PP)들의 역학관계로 인해 기대만큼 시장에서 입지를 찾지 못했다.
지상파DMB 역시 수년 째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는 수명을 다했다.
애플과 구글이 만들고 있는 IT빅뱅의 핵심은 ‘생태계와 플랫폼’이었다. 휴대폰과 에어컨이라는 단품 판매를 넘어서, IT한류를 고민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