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솔루션 기업들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프로세스 노하우를 담아 낸 ‘기능 특화형 솔루션’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다. 한국에서 성공한 모델은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대한항공 등의 업무 프로세스를 녹인 SAP, 오라클, IBM 등 글로벌 소프트웨어 패키지가 해외시장에서 잇따른 러브콜을 받고 있다. 과거 국내 기업들이 해외 유수 기업의 프로세스를 모방하기 위해 외산 패키지를 선호했던 점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변화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형 프로세스가 이젠 글로벌 프로세스로 성숙했다는 방증이다.
SAP가 최근 정식 출시한 판매운영계획(S&OP) 패키지는 국내 기업의 공급망관리(SCM) 기법 노하우를 더해 SAP코리아가 개발했다. 삼성전자·(주)대상 등 판매·생산 프로세스와 회의체 운영을 통해 높은 SCM 성과를 낸 기업들의 베스트 운영 사례를 녹여낸 제품이다. 임원진 회의부터 실무진 운영에까지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이 패키지는 올 하반기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SAP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SCM 노하우는 일본 등 해외 경쟁 기업들을 제친 속도 경영의 성공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한국의 산업별 SCM 리더들의 프로세스 노하우를 해외에서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과 한국오라클은 올 1월 정비용 ERP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과정에서 기존 오라클의 ERP 패키지에 대한항공의 항공기 정비 노하우를 더한 정비용 모듈을 공동 개발했다. 이 모듈은 범용화를 위한 작업을 거쳐 향후 오라클 ERP 패키지 내에서 항공 산업에 특화된 상용 모델로 적용될 예정이다. 오라클은 이 모듈을 미국 공군에 납품키로 한 데 이어 향후 패키지 형태로 완성하면 해외 항공기 정비 시장에서 널리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정비 업무는 생명과 직결된 매우 핵심적인 업무인 만큼 고도화되고 정밀한 노하우를 적용해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도를 높였다”며 “세계 모든 항공사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기능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한국IBM이 출시한 모바일기업애플리케이션플랫폼(MEAP) 패키지도 한국에서 제작됐다. IBM 글로벌테크놀러지서비스(GTS)는 현재 이 패키지의 글로벌 판매를 위한 내부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신세계 이마트 등에 적용된 MEAP은 국내에서 개발된 위치기반서비스(LBS) 기술에 국내 기업들의 모바일 업무 노하우가 더해져 기능이 한층 강화됐다.
한국IBM 관계자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LBS 기술은 ‘셀라돈(고려청자)’이라 명명돼 IBM의 왓슨연구소에 등록, 세계적으로 적용 가능한 알고리즘으로 인정받았다”며 “스마트폰을 위한 모바일 업무 기술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스마트폰을 활용한 국내 기업들의 모바일 업무 구현 수준이 해외 기업들에 비해 급격히 높아진 것이 MEAP 솔루션 개발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추세는 더욱 확대, 국내 기업들의 해외 기업 대비 우수한 운영 프로세스가 SW 산업 자체에 새로운 활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표>SAP의 S&OP 패키지 화면 예시. 기업의 제품 수요와 공급 계획을 확정하는 핵심 프로세스를 지원한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