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IT 업계를 뒤흔드는 모바일 특허 전쟁의 진원지는 역시 애플로 드러났다. 삼성전자와 HTC 등 스마트 기기 신흥 강자를 상대로 특허 선전포고가 줄을 잇고 있다. 소송당한 기업도 맞소송을 제기하며,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로이터·가디언 등 주요 외신이 작성한 인포그래픽을 바탕으로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 갈수록 치열해지는 특허 소송 전쟁을 재구성했다.
애플은 2009년 노키아로부터 아이폰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46건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피소되면서 특허 소송 전쟁에 본격 참여했다. 최근에는 안드로이드 진영을 대상으로 공세를 퍼붓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패드 갤럭시탭 10.1이 자사 디자인, 사용자인터페이스(UI), 손가락을 밀어 화면을 넘기는 기술 등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요 국가 법원에 제소했다. HTC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 시리얼 전송 데이터용 실시간 신호처리 시스템 등을 특허를 침해했다고 고소했다.
삼성전자와 HTC는 맞소송으로 반격했다. HTC는 애플이 특허를 침해한 바 있는 S3그래픽스를 인수하고, 자사의 와이파이 관련 특허 등 3건을 침해했다며 되받아치고 있다. 삼성전자도 전면전에 나섰다. 현재 삼성전자와 애플은 9개국 12개 법원에서 19건의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만만치 않다. 22일(현지시각) 구글에 인수된 모토로라를 ITC에 제소하며 포문을 열었다. 모토로라가 제조한 안드로이드OS 기반 스마트폰이 이메일·주소록·캘린더 동기화, 회의 일정 및 공지 앱 등 7개 부문에서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에 앞서 지난 3월 전자책기업 반스 앤드 노블 전자책 ‘누크’가 자사 특허 5가지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제조사인 폭스콘, 인벤텍도 포함시켰다. 아마존과의 특허 소송은 양사의 특허 공유로 마무리지은 역사도 있다
다른 기업을 상대로 소송 포화를 퍼붓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도 특허괴물 NTP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하다. NTP는 무선통신 특허를 기반으로 스마트폰 초창기부터 특허소송을 펼쳐 이 분야에서 악명을 떨쳐왔다.
최근 자사 특허를 시장에 내놓은 코닥도 디지털 이미지 관련해 삼성, 리서치인모션, LG, 애플을 제소하며 특허 전쟁에 동참한 바 있다.
스마트 영역에서 끊임없는 특허 전쟁은 기업들이 시장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소비자에게 신규 기업의 제품이 베끼기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심어 줘 이를 견제하고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속내인 것이다.
스마트폰은 다른 어떤 기기보다 다양한 특허가 필요해 소송 여지가 많은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구글 대표 변호사 데이비드 드러몬드는 “스마트폰 한 대에 얽힌 특허는 25만건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허 소송이 반드시 기업에 이익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노키아와 애플 간 분쟁은 노키아가 애플로부터 로열티를 받기로 합의했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노키아가 패권을 잃은 후의 일이었다.
고든 크로비즈 월스트리트저널(WSJ) IT전문 칼럼니스트는 특허 소송이 기업에 득이라는 확실한 보장이 없는데도 특허 전쟁이 계속되는 이유를 “가장 좋은 방어는 공격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