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분야에 일할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다른 산업과 비교해 현실적이지 못한 급여 체계 때문에 인력이 안 모이는 것입니다.”
설승기(54) 서울대학교 기초전력연구원장은 전력산업 인력난에 대해 현실적이고 명쾌하게 지적했다. 근본적 해결책으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 경쟁력 강화를 통한 기업의 가치 상승과 교육계의 정확한 역할을 언급했다.
설 원장은 “우리 학생들만 해도 급여조건이 좋은 반도체나 통신 등으로 몰려 전기전공자 중 80%가 타 분야로 진로를 택하고 있다”며 “한국에도 지멘스나 ABB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와야 전기 분야의 훌륭한 인재를 꾸준하게 양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기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태생적으로 해외진출과 변화가 쉽지 않은 국내 시장 환경을 꼽았다.
설 원장은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시장이 움직여야 하는데 우리 산업은 국가기관 산업이다 보니 한국전력에 의해 시장이 제한받고 있다”며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이 오랜 시간 정부조달시장에 길들여져 인력양성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인재가 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는 것이 우선이라는 논리다.
설 원장은 “전력 관련 기업들이 먼저 국제화해 수출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며 “해외 시장에 가서 에너지 발굴부터 시작해 발전분야의 송배전 비즈니스 발굴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중공업과 효성이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아직 고부가가치 분야는 아니며 대기업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R&D인력 보강 등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노력과 함께 공업고와 대학 등 교육계 역할도 강조했다. 설 원장은 “공업고등학교의 역할도 중요한데 고졸 출신과 대학 출신을 분별없이 뽑다보니 기업도 학생도 모두 헷갈리는 것”이라며 “기술과 엔지니어를 함께 할 인력도, 신개발을 할 R&D인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공고·학부·학사별로 (취업현장) 목표가 명확한 교육체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력산업은 세계적으로 융·복합을 통한 시장 확대와 개발도상국 인프라 구축 등 잠재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학생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매력적인 기회라는 게 설 원장의 설명이다.
설 원장은 “후진국은 전력시설을 구축해야 하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시설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력산업은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초기 때문에 반도체나 소프트웨어, IT산업과 달리 오랜기간 교체하고 유지보수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엔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등이 각광받으며 ‘전력 르네상스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이런 전력 황금기에 발맞춰 에너지 인재 양성과 전력기술 기초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