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석호 KISDI 원장 "전세계에 IT코리아 영토 넓히는 데 힘써야".."다른 형태의 정부조직 필요"

 “1등 기업을 만드는데 힘써야 합니다. 정부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입니다. 오히려 기업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내달 퇴임을 앞둔 방석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54)은 “정책이 기술을 앞서갈 수는 없다”며 “그렇다면 오히려 정부는 시장을 만들어 주는 게 방송통신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처럼 정부가 주도적으로 산업을 이끌어가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옛 정통부는 정통부로서 역할이 있었습니다. 방통위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신과 방송이 융합하는 시대에 부합하는 조직이었습니다. 지금은 또 다릅니다.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놔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산업과 시장 환경에 따라 정부 역할도 바뀌어야 합니다.”

 방 원장은 2008년 KISDI를 맡았다. 1987년부터 1992년까지 통신개발연구원에서 KISDI로 바뀔 당시 초기 연구위원을 지냈으니 사실상 KISDI 원년 멤버나 마찬가지다. 거의 20년만에 친정으로 ‘복귀’한 방 원장에게 지난 3년은 남다른 기간이었다.

 “초기 연구원 시절만해도 통신 개방과 산업 규제가 가장 큰 현안이었습니다. 지금은 융합과 뉴미디어입니다. 방송과 통신이 만나면서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는 변곡점에 있습니다.”

 KISDI는 사실 우리나라만의 좀 특수한 연구기관이다. 민간연구소가 강한 해외와 달리 ICT 전문 국책연구소로 정책 조언자 역할을 맡아 왔다. 예산만해도 한 해 250억원 정도로 종합연구소격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다음으로 높다.

 박사급 인력만 전체 절반에 달하는 최고 방송통신 전문가가 모인 ‘IT 싱크탱크’다. 한 해 평균 연구하는 수탁과제만 100여개에 달한다. KISDI를 거쳐간 인물만 대략 500명을 훌쩍 넘어 통신 업계에서는 ‘IT인재사관학교’로 불리고 있다.

 방 원장은 20년 전과 비교해 규모만 3배 이상 커질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은 KISDI도 체질 변화가 필요할 때라고 조언했다. 정책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기술과 시장이 빨리 변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ISDI는 1년 주기입니다. 통상 올해 과제가 전년도 말에 결정되는 식입니다. 이렇다보니 때로는 핵심 연구과제가 시장에 뒤처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위해 예산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등 보완이 필요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기술과 산업 패러다임이 변할 때는 자칫 뒤쳐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방 원장은 지난 3년 동안 연구원 차원에서 다소 부족했던 방송정책 틀을 갖추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확실한 글로벌 서비스 모델을 만들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분야에서 간판 모델을 만들지 못한 게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리가 강한 IT를 기반으로 u시티와 같은 글로벌 모델을 만들어 전방위로 나갔어야 하는데 다소 미흡했습니다.” 방 원장은 차기 KISDI는 “혁신적인 IT모델을 끊임없이 만들어 세계에 우리나라 IT영토를 넓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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