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가 기업의 중요한 무기로 등장한 가운데 특허 번역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인증제도 도입 등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해외 특허 출원시 번역에 오류가 발생,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비디오카메라(VCR) 기본기능인 예약녹화는 ‘Reserve Recording’ 또는 ‘Reserved Recording’으로 표기시, ‘녹화 보류’로 해석돼 관련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 이처럼 특허 전문성이 떨어지는 번역사가 맡을 경우, 특허전쟁 본격화와 함께 문제점이 크게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피해 사례가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특허 해석 과정에서 오역 또는 누락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반 번역사를 고용해 해외에 특허 출원한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높다.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이중으로 체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허컨설팅업체인 지온컨설팅 최석훈 대표는 “특허 핵심은 권리 행사고 권리는 얼마나 정확한 설명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기술을 이해하지 못한 채 특허를 해석하다가 오역시, 권리 자체를 행사할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특허번역 전문가 인증제도 도입 목소리가 나온다. 외국어 능력뿐만 아니라 특허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지식 그리고 기술에 대한 이해를 갖춘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과 독일에서 유사한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특허 출원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단적으로 미국에 특허 출원시 요약서는 한문장으로 150단어 이내로 작성해야 하는 등 국별로 규정을 갖고 있다. 임희섭 지식재산서비스협회 사무국장은 “규정을 간과하고 번역문을 작성해 특허등록이 거절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거절이유를 해소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추가로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특허 출원 비용도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특허번역비용이 국내 경우 2만5000~3만원(A4 한매 기준) 정도에 형성된다. 이는 일본의 8만~10만원과 비교해서는 크게 떨어진다. 업계에서는 번역비용이 10년전과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특허번역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명세서 작성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대표적으로 문장이 길어 제대로 된 번역이 힘들다는 지적이다. 한 특허번역 전문가는 “하나의 문장이 원고지 3~5매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단어가 어디를 수식하는지를 명확히 구별하는 게 중요한데 문장이 길면 오역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