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희망이다] 네트워크 모임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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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창업 열기와 함께 스타트업 네트워크 모임이 잇따라 개최되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열린 스타트업 기업인들과 벤처기업, 멘토들 간 교류 자리맨토들의 교류에 장인 `글로벌 벤처 & 스타트업 네트워크킹 파가 16일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열렸다티`.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1997년 초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두 청년은 새로운 인터넷 검색 엔진을 개발했다. 이들이 개발한 ‘백럽(BackRub)’은 베타 버전에 불과했지만 혁신적이었다. 사용자가 찾는 정보 검색 결과를 논리적인 순위에 따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주위에서는 이 기술이 완성된 형태를 갖춘다면 분명 성공할 것으로 평가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두 청년은 사업에 필요한 컴퓨터 살 돈도 충분하지 않았다. 사정을 딱하게 여긴 데이비드 체리턴 미 스탠퍼드대 대학원 교수는 두 청년에게 자신의 친구를 소개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유명한 벤처 투자자였던 앤디 벡톨샤임이다. 그는 두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10만달러 수표를 내줬다. 두 청년은 이 돈을 쌈짓돈 삼아 비로소 회사를 열었다. 이 업체가 바로 구글이다.

 만약 두 청년에게 체리턴 교수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주름잡는 구글 신화는 만들지 못했을 수도 있다. 10만달러라는 자금을 지원받지 못했다면 둘은 꿈을 펴지도 못한 채 사업을 접었을지 모른다. 개발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힘이 청년 개발자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네트워크 ‘제2 벤처 붐’을 위한 씨앗=지난 16일 저녁 서울 논현동 한 건물에는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 가운데에는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처럼 신화를 꿈꾸는 개발자도, 사업 성공을 위해 쌈짓돈을 내줄 엔젤투자자도 있었다.

 가슴에 스태프 명찰을 단 이들도 분주했다. 이날 열리는 ‘글로벌 스타트업 네트워크 파티(이하 네트워크 파티)’의 성공을 위해서다. 스태프 대부분은 개발자와 투자자를 연결해주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선배 기업가들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마련한 ‘스타트업, 그리고 페이스북 엔젤 투자 클럽’을 거점 삼아 활동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만 대화를 주고받다가 더욱 깊이 있는 네트워크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에 판을 벌였다.

 엔젤클럽(대표 김광식), 온석세스(대표 정현욱), 리업(대표 장광영), 온오프믹스(대표 양준철), afterABC(대표 최현식), 스타마스(대표 장성우), 3S마케팅(대표 황성진), 애드몬즈(대표 이택근), 마음커뮤니케이션(대표 박진만) 등 다양한 벤처기업이 네트워크 파티를 위해 의견을 모았다.

 이렇게 시작한 네트워크 파티가 두 번째다.

 지난 6월 열린 1회 파티에 100여명이 참석한 데 이어 이날도 150여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특히 개발자, 대학생 등 스타트업 기업 관계자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보유한 사업 아이템을 설명하기 위해 분주했다. 이민희 아이앤컴바인 대표는 “동영상으로 학생과 강사가 양방향 소통을 할 수 있는 교육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며 “10월께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데 선배 기업가의 도움과 조언을 얻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상민 두근두근모바일 대표도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한 프로모션 서비스를 개발했다”며 “다음 주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는데 이 자리에서 많은 분을 만나 홍보와 지원에 도움을 받고 싶다”고 설명했다.

 엔젤투자자와 벤처캐피털리스트도 행사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배인탁 서울대 객원교수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직접 사업 아이템을 설명하고,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네트워크 파티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열균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부장도 “투자할 기업을 만나기 위해 다양한 모임을 찾는다”며 “네트워크 파티는 한 번에 많은 벤처기업이 볼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즉석 해외투자 상담이 이뤄졌다. 해외 벤처캐피털과 영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피칭 데이’가 진행됐다. 일찌감치 해외 진출을 노리는 스타트업 기업 관계자는 기술력을 알리는 데 여념이 없다.

 ◇선배 기업가, 단체도 네트워크 구축에 한 마음=선배 벤처기업가들의 방문도 줄을 이었다. 이들은 특히 기업가 자질과 최근 경향에 대해 설명하면서 스타트업 기업의 분발을 당부했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과거에는 기업에 공장이 없다면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이제 많은 기업이 연구개발(R&D)까지도 아웃소싱을 하는 시대가 됐다”며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서 보듯이 기업 가치는 생산에서 R&D로, R&D에서 특허로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네트워크 파워를 가진 자가 세상을 바꿔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사장도 20여년 동안 기업을 운영해온 경험을 전하며 “다른 회사들이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유심히 들여다봐야 성공을 위한 답이 나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벤처기업협회, 프리보드기업협회, 청년기업가정신재단 등 벤처와 스타트업 기업 관련 단체 관계자들도 행사장을 찾아 힘을 보탰다.

 금기현 청년기업가정신재단 상임이사는 “젊은 창업가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 바로 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라며 “벤처나 1인 창조기업 종사자들이 필요한 사항을 말하면 온 힘을 다해 돕겠다”고 전했다.

 주최 측은 적어도 1~2달에 한 번 씩 네트워크 파티를 열 계획이다.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투자 연결이 필요하다는 참가자들의 지적에 따라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털의 참여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행사를 준비한 박진만 마음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엔젤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려면 네트워크 파티처럼 자유로운 만남의 장이 더 많이 열려야 한다”며 “많은 이들의 관심으로 대한민국에서 글로벌 스타트업 100개를 만들 힘을 모아보자”고 말했다.

 

 <박스> 활발한 국내 스타트업 네트워크 모임

 벤처기업가에게 네트워크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들의 투자 현황이나 기술 동향, 인력 수급 상황 등 자사 경영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좋은 기술을 보유한 개발자가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줄 투자자를 찾는 일에도 네트워크는 도움을 준다. 사업 확장을 위한 협업 상대를 찾을 때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2000년대 초반 ‘벤처 붐’을 경험한 선배 기업가들은 유망한 벤처 발굴을 위해 네트워크 구축에 도움이 되는 각종 모임을 결성하고 있다. 딱딱하지 않은 방식으로 친목 도모를 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네트워크 모임의 매력이다.

 대표적인 모임이 ‘고벤처 포럼’이다. 고영하 전 하나로미디어 회장이 지난 2007년 결성한 이 모임은 젊은 벤처기업가에게 필요한 조언과 인맥을 구축하는데 도움을 주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포럼은 온라인을 통해 사전 참석 신청을 받는다. 참석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아이템도 소개하고, 동업자를 만날 수도 있다. 매회 다양한 인사의 강연도 마련된다. 충실한 프로그램 덕분에 매회 200여명이 모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고벤처 포럼은 지난해부터 유망 벤처를 대상으로 직접 투자도 시작했다. 이음소시어스와 씽크리얼즈가 고벤처 포럼의 투자를 받았다. 참가신청은 온오프믹스 홈페이지(www.onoffmix.com)에서 받는다.

 ‘스타트업 그리고 페이스북 엔젤 투자 클럽’은 지난 6월부터 ‘글로벌 스타트업 네트워크 파티’를 열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클럽을 열어 온라인상에서 친목 도모와 정보교환을 하던 몇몇 벤처기업가와 엔젤투자자들이 오프라인으로 모임을 확장한 것이다. 특히 국내 벤처기업이 해외 벤처캐피털에 사업을 소개하고 투자를 받을 기회를 마련하는 등 차별화 전략도 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결성된 ‘V-포럼’도 스타트업 기업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에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이 포럼은 배인탁 서울대 객원교수가 자신이 지도한 서울대와 KAIST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결성했으나 점차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스타트업 네트워크 파티를 주최하는 김광식 엔젤클럽 대표는 “네트워크 구축의 중요성이 주목받으면서 자생적인 모임이 활발하게 생겨나고 있다”며 “다양한 네트워크 모임이 벤처기업가나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느끼는 목마름을 어느 정도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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