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선임 연구원이 회사를 떠나며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에게 보낸 e메일이 온라인서 화제로 떠올랐다. 혁신(innovation)을 용납하지 않는 조직문화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이 내용은 업계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는 것. 이 글은 임정욱 라이코스 대표가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소개하며 알려지게 됐다.
5년 간 LG전자 CTO(최고기술책임자) 소속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지난 4월 카카오톡으로 이직했다고 밝힌 최 모씨는 지난 16일 자신의 블로그( http://ppassa.wordpress.com )에 퇴사 당시 CEO인 구본준 부회장에게 지난 4월 12일 보냈던 e메일 전문을 올렸다. "LG전자가 방향을 바로 잡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는 이 자료에서 "아이디어를 내놔도 투자수익률부터 먼저 따진다" "삼성이 어떻게 한다더라 하면 토론 없이 의사결정이 난다" 등 대기업이라면 한번 쯤 고민하게 만드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그는 혁신과 조직문화 두 가지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최씨는 "LG가 진정으로 혁신을 하는 회사가 되었으면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연구원으로서 느낀 바로는, 혁신이 아니라 혁신을 하겠다고 주장만 하는 회사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혁신은 위험 부담이 전제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 위험부담이 없는 연구환경으로 인해 프로젝트 초기부터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ROI까지 계산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그는 이어 사내 보안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문제는 보안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생기는 엄청난 ‘기회비용’"이라며 "이런 기회 비용은 계산하기 힘들어서 그렇지 분명이 엄청 크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보안 때문에 방문하지 못하는 곳이 너무 많았다는 사례도 곁들였다. HE본부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보안 상의 이유로, 개인 컴퓨터가 아닌 중앙서버에 접속 후 작업을 하게 되는데, 자료를 넣기 너무 불편해 일일이 수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불합리한 보안 시스템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았다는 것.
조직 문화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최씨는 "LG에서 제일 안타까운 것 중에 하나가 자유로운 토론 문화의 부재"라며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이루어져야 할 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이 있다"고 했다. CEO나 CTO의 코멘트가 있었다고 이야기 되면, 그 진위 여부나 이유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고 바로 그 코멘트에 맞게 의사 결정이 나거나, 삼성이 어떻게 한다더라 하면 비판도 없이 의사결정으로 직행하는 모습이 비합리적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회사 내부의 분위기에 대해서 그는 "회사에서 연구원들을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대해주지 않는데 주인의식이 생길 리가 만무하다"며 "연구원들을 주인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철부지 중고생으로 대하는 것 같다"는 언급도 있었다.
이러한 내용에 대해 함께 LG전자에 근무했던 이 모씨는 "조직문화에 관련한 문제제기에 공감한다"며 "이노베이션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2004년에 처음 들었는데 그때 그걸 해야 한다고 물었던 CTO는 스스로도 그게 뭔질 몰랐다"고 말했다.
한편 LG전자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퇴사한 임직원의 인적사항은 확인해 줄 수 없다"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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