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로 가동된 초·중·고교 교육행정보시스템(NEIS)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생됐다. 고등학생 2만9007명과 중학생 197명의 1학기 성적이 잘못 산정된 것이다. 이번 사태 원인은 차세대 NEIS 프로그램 오류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공공기관의 무리한 정보화 사업 추진이다. 차세대 NEIS 오류를 계기로 현 공공정보화 사업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IT기업들은 공공정보화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무리한 프로젝트 일정을 꼽는다. 대부분 공공정보화 사업은 연차별로 나뉘어 추진돼 연말에 완료된다. 사업 발주는 연초에 이뤄진다. 그러나 최근 공공정보화 사업 입찰이 유찰되는 사례가 많다. 그만큼 프로젝트 착수가 늦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완료 시점이 미뤄지지는 않는다. 결국 1년 동안 추진해야 할 프로젝트를 6~7개월 만에 완료하는 셈이다. 한 공공정보화 사업에 참여한 IT기업 관계자는 “대부분의 공공정보화 사업은 납기 부담을 갖고 시작한다”면서 “충분한 협의와 이를 기반으로 한 개발, 테스트는 꿈 같은 이야기”라고 토로한다. 실제 정보시스템 가동 후 발생하는 프로그램 오류들은 대부분 이러한 원인에서 비롯된다.
프로젝트 막바지에 요구되는 과업변경도 정보시스템 품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이다. 과업변경 요구가 프로젝트 막바지에 몰리는 것는 시작 전 분석단계부터 명확하게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개발상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여전히 대가 산정에 적용되는 ‘헤드카운팅’ 방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투입인력으로 대가산정을 하는 헤드카운팅이 적용되면 개발업체는 단순히 인력 투입만을 고려하게 된다. 우수 인력에 대한 별도 대가산정이 없어 이들을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프로젝트에 대한 발주기관의 관리감독 역량 부족도 문제다. 현재 다수 공공정보화 사업은 비IT전문가들이 프로젝트관리자(PM)를 맡고 있다. 이들은 순환보직에 따라 최근 발령을 받았거나 곧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심지어 대형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진행 중에 담당자가 바뀌기도 한다. 공공정보화 사업 PM 경험을 갖고 있는 IT서비스기업 담당자는 “프로젝트 중간에 발주기관 담당자가 변경되면 과거에 했던 사항을 새로 보고해야 한다”면서 “이로 인해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때에 따라 갑작스럽게 프로젝트가 축소되거나 변경되기도 한다.
발주기관의 프로젝트 관리감독 역량 부족은 정보시스템 품질과도 직결된다. 대형 프로젝트는 수십개의 하도급업체 인력이 참여해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적절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으면 많은 인력을 이끌고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프로젝트 수행자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문제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시스템을 가동하게 된다. 이는 곧 엄청난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지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발생한 교육과학기술부 차세대 NEIS다. 교과부는 2010년 초 삼성SDS를 사업자로 선정, 4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 시스템은 이듬해 3월 가동에 들어갔다. 1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정보시스템 구축기간이 채 1년도 걸리지 않은 셈이다. 금융기관들이 차세대 프로젝트 기간으로 2년을 책정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짧다. 프로젝트 기간이 짧다 보니 충분한 연동 테스트를 실시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차세대 NEIS는 각 교육청 등 많은 기관과 시스템이 연동된다. 가동 전에 충분한 일정을 가지고 관련기관과 협의를 거쳐 실제 상황과 동일한 연동 테스트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이외에 2004년 가동된 서울시 신교통카드시스템, 2007년 1월 가동된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지난해 7월 가동된 형사사법통합정보시스템도 무리한 개발일정으로 시스템 가동 직후 심각한 오류가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프로젝트 시작 전부터 발주기관 규모, 사업 수행기간, 투입인력, 예산에 맞춰 명확한 요구사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개발 과정에 애자일 방식을 도입해 짧은 주기로 프로젝트 과정과 결과물을 검증해야 한다. 변경된 과업을 관리할 수 있는 과업변경 관리체계도 필요하다. 충분한 프로젝트 기간 책정과 이에 따른 감사 유연성도 확보해야 한다.
<표> 주요 공공 정보시스템 오류 발생 현황
<미니박스>
교육과학기술부는 외부 전문가와 현장 교사 11명으로 구성된 특별점검단을 구성, 차세대 NEIS 전반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점검반은 8월 말까지 집중적으로 NEIS를 진단해 구체적인 오류 원인과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점검 결과는 이르면 8월 말이나 9월 초 발표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점검을 통해 오류 원인을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먼저 서버 과부하를 해결해야 한다. 기존에 서버가 학교별, 그룹별로 할당됐던 거와 달리 차세대 NEIS는 교육청별로 통합, 운영된다. 따라서 일선 학교에서 성적 입력 시기가 되면 데이터가 폭증해 과부하가 자주 발생한다. 서버 확충이 필요하다. 그러나 서버 확충이 간단하지만은 않다. 교육청마다 별도 예산을 책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안으로 학교별 성적입력기간을 다르게 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효율적인 시스템 운용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그동안 개선이 꾸준히 요구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뤄지지 않은 것은 내부 운용 체계상 문제다. 이 부분에 대해 즉각적인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과부, 각 교육청, 일선 학교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일선 교사들이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변화관리도 이뤄져야 한다. 초기 한두 번 교육이나 공문으로 복잡한 시스템을 일선 교사에게 이해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변화관리 프로그램 마련도 시급하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