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의 인사이트] 애플도 자유로울 수 없는 `짝퉁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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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에 이르기까지 굽이굽이 먼 길이었다. 그동안 품었던 꿈을 이뤘다.”

 작년 연말, 애플은 아이튠스에서 비틀스 음악을 판매하기 시작하며 여러 깜짝 이벤트를 벌였다. ‘비틀스가 아이튠스에 들어왔다’는 문구와 함께 비틀스 사진을 홈페이지 전면에 게시하며 자축했다. 스티브 잡스도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 “아이튠스로 사랑하는 비틀스 음악을 듣게 돼 황홀하다”며 감격했다.

 그러나 애플의 이런 ‘과잉(?) 반응’은 비틀스 음악에 대한 순수한 사랑 때문만이 아니다. 지난 30년간 이어진 ‘애플컴퓨터’와 ‘애플레코드’ 간의 상표권 분쟁을 아는 사람이면 그들이 왜 그토록 감동스러워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비틀스 음악 저작권을 가진 애플레코드는 애플보다 훨씬 먼저 설립됐다. 비틀스 음악을 좋아하는 잡스는 애플을 창업하며 애플레코드에서 회사 이름에 대한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었다. 두 회사 로고도 사과 모양으로 비슷했다. 차이가 있다면 ‘컴퓨터 회사’인 애플이 반쯤 베어 문 사과를 내세웠다는 정도다.

 애플이 유명해지자 당연히 상표권 분쟁이 생겼고 지루한 법정 싸움이 이어졌다. 결국, 1981년 애플이 8만달러 배상금과 함께 ‘음악 사업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재판은 끝났다. 그러나 1986년 애플이 매킨토시에서 음악 작업이 가능한 ‘미디(MIDI)’ 기능을 제공하면서 두 번째 싸움이 시작된다. 잡스는 또 다시 합의금 2650만달러와 함께 매킨토시 기능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간신히 분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전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3년 애플이 온라인으로 MP3 판매를 시작하자 다시 법정 소송이 벌어졌다. 결국, 2010년 아이튠스에 재제작(remaster)된 비틀스 13개 앨범을 제공함으로써 싸움은 일단락된다.

 지금까지 애플은 수많은 특허 및 상표권 분쟁을 벌여 왔다. 2011년 현재 애플을 원고 또는 피고로 하는 미국특허청 내 심판 사건만 해도 376건에 달한다. 경쟁사로부터 특허 침해로 제소당한 사례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애플이 문제가 된 기술이나 상표를 스스로 포기한 사례는 드물다. 이미 사용 중인 기술과 이름으로 상품을 출시한 뒤 소송을 통해 무마한 전례로 따지면, 애플은 명백한 상습범(?)이다.

 양사 합의로 법정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아이폰(iPhone)’은 원래 시스코가 인터넷전화(VoIP)서비스로 수년전 상표 등록한 이름이다. ‘아이패드(iPad)’도 일본 후지쯔가 보유한 브랜드였다. 애플이 발표한 최신 클라우드 서비스 ‘아이클라우드(iCloud)’ 역시 출발과 동시에 상표권 소송에 휘말렸다. 애플은 지난 80년대 말, 매킨토시 운용체계(OS)의 화면 배치 및 타이틀 바와 겹쳐 보이기 등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가 제공하는 ‘보았을 때 느낌(look and feel)’이 마이크로소프트와 HP 저작물을 침해한 것으로 제소까지 당했다. 이런 애플이 지금은 ‘총체적 모방으로 두 제품 사이에 혼동 가능성이 높다’며 디자인과 인터페이스 유사성을 주장하며 경쟁사를 법정으로 몰아세우고 있는 것이다.

 예부터 ‘호된 시집살이를 해본 시어머니가 더 모질다’는 말이 있다. ‘고기 맛도 먹어본 놈이 알고, 싸움 역시 많이 맞아본 놈이 이긴다’는 속어도 있다. 애플은 한때 ‘짝퉁’ 취급을 받았다. 그래서 오히려 더 강적(强敵)이다.


 

 ※칼럼 내 주요 분쟁 사례는 서호선 퀄리아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의 ‘애플컴퓨터의 지식재산권 분쟁(특허청, 지식재산21 7월호)’ 논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주상돈 경제정책부 부국장 sdj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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