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장벽(Glass Wall)은 암묵적인 차별과 편견을 뜻한다. 능력·자격을 갖췄음에도 여성·소수민족이란 이유로 승진에서 배제되는 경우 등이다.
최근 서울을 찾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여성에 대한 유리장벽을 없애자는 제안을 했다. 실제로 그는 사무총장 취임 후 UN 내 차관급 이상 간부직 자리에 여성 비율을 45%로 높였다. 사무부총장·법무부장관·감사원장·경찰총장급 직위 모두를 여성으로 임명했다. 목표가 50%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업인에게 제안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을 더 많이 채용하고 임원으로 승진시켜야 한다고. 포천 500대 기업 중 여성 중역 숫자가 많은 기업일수록 매출이 크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장벽을 허물면, 성과가 나아진다는 얘기다.
주변을 둘러보자. 사회 곳곳에 여성 뿐 아니라 다양한 유리장벽들이 높게 쌓여 있다. 유리장벽 관련 두 가지 사례가 있다. 신생업체라는 이유 때문에 정부 발주사업 공모 서류심사에서 떨어진 안타까운 경우다. 회사 CEO는 “매출과 인력을 평가하는 것은 이해하는데 업력을 왜 보는지 모르겠다. 설립 후 2년동안 놀고 있으란 말이냐”고 토로했다.
흐뭇한 민간 사례도 있다. 명문대 4학년 휴학중인 한 촉망받는 스타트업 기업 CEO는 최근 고졸 개발자를 CTO로 영입했다. 그는 CTO에 대해 “아이디어도 많고, 기획력이 뛰어나다. 제가 찾던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정부 발주사업에 핵심개발자 학력을 묻는 경우가 많다. 수주에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친다. 그 CEO는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변해야 한다. 폐습은 없애야 한다. 정부 제도상에 놓여 있는 문제는 더욱 그렇다. 반 총장은 “타성을 과감하게 혁파하면 건전하게 발전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서 공직생활을 오래했다. 누구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천중이다. 우리도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다. 없애야할 유리장벽은 주변 곳곳에 존재한다. 그 장벽을 허물 때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한다. 모두가 실천해야 한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