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디자인권 제동, 삼성 반전 성공할까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이 갤럭시탭 10.1의 유럽지역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애플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삼성전자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삼성과 애플 간 소송전의 판세가 불과 일주일 새 뒤집혔다.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끈질기게 주장해오던 디자인권 침해 주장에 제동이 걸리면서 통신기술 관련 특허권 침해를 주장해온 삼성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이번 판결은 삼성뿐만 아니라 모토로라, HTC 등과의 소송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향후 특허 소송전은 기술 특허를 중심으로 한 새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독일법원, 애플 가처분 신청 `보류` =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독일과 네덜란드를 제외한 유럽지역의 갤럭시탭 10.1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무효로 하는 판결이다.

지난 11일의 판결과 비교하면 독일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유럽 국가에서 갤럭시탭 10.1을 판매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독일 지역의 경우 오는 25일까지 판매금지 가처분 효력을 인정한 뒤 심리를 통해 최종 판결을 내리기로 했다.

뒤셀도르프 법원 대변인은 "독일 법원이 한국에 있는 회사에까지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남아 지난번 결정의 집행 범위를 독일 내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판결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독일 법원은 불과 일주일 만에 가처분 신청 수용을 번복함으로써 한 기업의 이미지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중요한 판단을 성급히 내렸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독일 법원은 지난 4일 제기된 애플의 가처분 신청을 일주일 만에 받아들이며 이례적으로 신속한 결정을 내렸고 삼성은 `카피캣`이란 비난을 받으며 위기에 부닥치게 됐다.

그러나 결정 이후 애플이 가처분 신청의 근거로 내놓은 자료에 실린 갤럭시탭 10.1의 이미지가 조작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독일 법원의 심리가 신중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가처분 신청에 대한 삼성의 즉각적인 대응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아이패드와 동일한 콘셉트로 이미 10여년 전 등장한 나이트라이더의 `더 태블릿(The Tablet)`을 자료로 제출하며 애플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강력하게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대부분의 유럽 지역에서 갤럭시탭 10.1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며 "초반에 애플이 무리수를 둬왔다면 이제는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 디자인권 제동, 공격권은 삼성에 = 이번 결정은 형식적으로 상황을 원점으로 돌리는 무효 판결에 해당하지만 결과적으로 디자인권과 관련된 애플의 주장을 보류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삼성과 애플 간의 소송전은 삼성의 경우 주로 통신표준 특허 침해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애플은 제품의 디자인과 사용자 환경(UI) 모방에 집중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애플의 디자인권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무효로 번복한 독일 법원의 결정이 애플의 소송 동력을 반감시킬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애플의 디자인권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보류되면서 삼성전자는 글로벌 특허 분쟁에서 통신표준 특허를 무기로 더욱 강력한 진지를 구축하게 됐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은 이미 전문가들에 의해 예견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독일의 지적재산권 전문가 플로리안 뮐러는 "애플이 주장하는 독점적인 디자인 권리에 대한 주장은 애플이 생각하는 것보다 인정받기 쉽지 않다"며 애플의 디자인권에 대한 주장이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애플의 태도를 "과대망상"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기술 특허 중심의 소송전 전개될 것" = 오는 25일 독일 지방법원이 애플의 디자인권에 대해 또다시 판단을 보류할 경우 향후 스마트 단말 시장의 글로벌 소송전은 기술 특허를 중심으로 한 새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소송전에서 배타적인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술특허 취득에 애플과 MS, 노키아, 구글 등 대형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기술 특허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고 누구보다 특허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당사자는 바로 애플이다.

애플은 이미 지난 6월 노키아에 기술 특허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합의하면서 2년여에 걸친 특허 분쟁에서 이미 쓴맛을 본 경험이 있다. 이는 애플이 노텔 인수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호주에서 제기한 10가지 분야의 지적재산권은 모두 기술 특허와 관련된 것이며 미국에서 제기한 소송에도 기술적인 부분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원에서 디자인권을 인정받지 못할 경우 기술 특허 중심의 소송전이 전개될 전망"이라며 "상대적으로 인터디지털, 노키아 등 기술 특허괴물의 몸값은 더욱 천정부지로 치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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