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 한여름 밤의 공포,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Photo Image

 “소프트웨어에 정말 진지한 사람들은 자신만의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한다.” 구글이 모토로라 휴대폰사업 부문(모빌리티)을 인수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이 말이 떠올랐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그대로 실천했다는 앨런 케이(Alan Kay) 뷰포인트연구소장 겸 UCLA 교수의 말이다.

 앨런 케이는 스티브 잡스의 멘토다. 고비마다 결정적인 조언을 했다. 그는 이더넷과 객체지향프로그래밍(OOP)을 창시하고 초기 노트북과 태블릿컴퓨터, 윈도 기반 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GUI) 개념도 설계했다. 그는 맥과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모두 소프트웨어 기반 제품으로 본다. 그와 같은 생각인 스티브 잡스는 모두가 스마트폰을 하드웨어로만 여길 때 소프트웨어의 힘으로 판을 뒤엎었다.

 구글과 애플은 모바일 플랫폼 시장을 양분했다. 접근 방식은 정반대다. 구글은 개방적이나, 애플은 폐쇄적이다. 애플은 운용체계(OS)부터 하드웨어 설계와 콘텐츠 유통까지 모두 직접 한다. 개발자가 올리는 애플리케이션(앱)도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러한 통제로 애플은 하드웨어와 콘텐츠 판매 수익을 고스란히 거둔다.

 구글은 누구나 안드로이드 폰과 앱을 만들고 올릴 수 있도록 OS와 앱 마켓을 공개했다. 덕분에 구글은 순식간에 모바일 플랫폼 강자가 됐다. 하지만 제조업체마다 적용 OS 버전과 화면 크기가 다르다. 앱 호환성도 떨어진다. 아이폰엔 없는 결함들이다. 낮은 호환성은 구글의 새 사명(使命)인 ‘모든 정보의 정리’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 모토로라 인수는 구글이 앞으로 애플의 길을 똑같이 가겠다는 선언이다. 특허 대응은 곁가지일 뿐이다. 삼성전자와 HTC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폰 제조업체들은 겉으로 환영하나 속이 쓰리다. 또 다른 애플의 등장인 탓이다.

 구글은 현 협력 관계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다. 안드로이드를 키워준 은인에 마땅히 해야 할 보답이지만 모토로라의 스마트폰 역량이 부족한 게 더 큰 이유다. 모토로라가 지금의 삼성전자처럼 애플에 대적할 정도만 되면 구글은 협력사도 내팽개칠 수 있다.

 안드로이드 폰 제조사들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호환폰 제조업체로 만족해 살 것인가, 대안을 찾아 갈 것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라도 당장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닭 쫓던 개’ 꼴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올 연말이 첫 판단 시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선택한 노키아의 성패가 드러나는 때다. 윈도폰7보다 더 시장을 점유한 ‘바다’라는 독자 OS를 보유한 삼성전자는 더 복잡한 방정식 문제를 풀어야 한다.

 업계 지각이 요동친다. 노키아처럼 추락한 림을 포함해 일부 스마트폰 업체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올 수 있다. MS가 큰손이 될 수도 있다. 애플 공세에서 벗어난 아마존 등은 제휴의 키를 쥘 것이다.

 애플과 구글은 2009년 모바일 광고 업체 애드몹 인수 경쟁 이후 대립했다. 그래도 마지노선을 넘지 않았다. 경쟁자지만 서로 필요한 존재기 때문이다. 애플과 구글은 각각 폐쇄적인 정책과 높은 시장 점유율로 독점 시비에서 자유롭지 않다. 서로가 있기에 이 지뢰밭을 피할 수 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애플은 독점 시비를 없애는 것은 물론이고 ‘눈엣가시’인 삼성전자의 힘을 뺄 수 있다. 구글은 인수가 실패로 끝나도 언젠가 필요한 하드웨어 제조 노하우와 특허를 확보한다.

 두 회사는 어쨌든 스마트기기부터 클라우드컴퓨팅, TV, 자동차 시장까지 혈투를 벌일 태세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두 회사를 견제할 기업과 반독점 시비 모두 힘을 잃는다. SW 거물인 MS도, 하드웨어 강자인 삼성전자마저 힘에 부친다. 구글과 애플만이 끝 장면을 어느 정도 짐작하는 한여름 밤 공포 영화의 시작이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