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버금가는 휴대폰 강자로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전격 인수하면서 글로벌 휴대폰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애플에 이어 구글마저 경쟁자로 부상하면서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비상에 걸렸다. 이번 빅딜 여파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빅 플레이어’ 위주로 재편되는 등 또 다른 인수·합병(M&A)을 촉발할 것이라는 분석도 높다.
◇구글, 특허 대응 카드인가?=구글의 이번 모토로라 인수는 치열해지는 특허전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구글은 최근 오라클로부터 특허 침해 소송을 당하는 등 글로벌 SW업체들의 특허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잇따라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를 상대로 특허사용료를 요구하면서 구글은 모바일 운용체계(OS) 시장에서 갈수록 궁지에 몰리고 있는 처지다. 특히 지난 달 캐나다 노텔네트웍스가 보유한 특허 6000여개 경매에서 애플 컨소시엄에 밀리면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모토로라 인수는 특허 확보가 절박한 구글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로 비춰지고 있다. 실제로 모토로라는 현재 1만7000여건의 통신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모토로라의 특허는 4세대(4G) 통신기술에 강점이 있어 주요 IT 업체들이 속속 인수를 타진했을 정도다.
◇애플 버금가는 휴대폰 강자로=구글은 이번 인수로 특허뿐만 아니라 세계 휴대폰 시장의 메이저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 현재 OS·앱스토어·단말에 이르는 모든 사업을 아우르는 기업은 애플밖에 없는 것을 감안하면, 구글과 애플이 정면승부를 펼칠 수 있는 구도도 만들어졌다는 분석이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당분간 별개 사업부 형태로 운영하고 안드로이드 OS도 기존과 동일하게 개방·공유 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글이 직접 휴대폰 시장에 뛰어드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올 들어 허니콤 등의 OS를 발표하면서도 메이저 단말사들 위주로 OS를 공개했다. 서서히 개방·공유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제조업계에 구글의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이제 직접 휴대폰 제조까지 가능해지면서 안드로이드가 더욱 폐쇄적인 OS로 전략할 가능성도 높아진 셈이다.
당장 삼성전자·HTC 등이 주로 개발해온 새 OS 탑재 레퍼런스폰 개발 프로젝트가 모토로라 위주로 진행될 공산도 커졌다.
◇스마트폰업계 ‘제3의 길’ 본격화=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에 주력해왔던 휴대폰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 차세대 OS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탑재한 레퍼런스폰 ‘넥서스 프라임’까지 개발하며 밀월관계를 가져온 삼성전자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바다’ ‘삼성앱스’ 등 자체 OS와 앱스토어 생태계를 만들려는 삼성전자의 전략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구글에 많은 개발영역을 투입해온 안드로이드폰 업체들이 MS의 윈도폰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높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가 휴대폰 업계 M&A 도미노를 불러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모바일 칩셋업체 ARM의 인수합병설이 제기된 데 이어 M&A설이 끊이지 않는 MS와 노키아의 결합도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동안 좌면우고하던 삼성·LG가 글로벌 M&A에 과감하게 배팅하는 분위기도 연출될 수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