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학력, 학벌, 간판

Photo Image

 인터넷에서 ‘학력(學歷)’을 검색하면 유의어로 ‘학벌(學閥)’이 뜨고, 학벌을 검색하면 학력과 ‘간판(看板)’이 뜬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학력은 학교를 다닌 경력’이고, 학벌은 ‘학문을 닦아서 얻게 된 사회적 지위나 신분 또는 출신 학교의 사회적 지위나 등급’이다. 간판은 ‘겉으로 내세우는 학벌, 경력, 명분 따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 학력이라는 단어보다는 학벌, 간판이라는 단어가 더 자주 쓰인다. 학생·학부모 모두 대학 졸업장에 목매는 것은 물론이고 전공보다 학교를 우선시하는 관행도 여전하다.

 최근에는 학사는 기본이고, 석사는 있어야 기본 ‘간판’을 갖췄다고 한다. 이를 위해 1년에 2000만원에 육박하는 학비를 지불한다. 효용성은 다음이다. 이 정도면 학비가 아닌 ‘그냥 비용’이다. 배우지 못한 한을 가졌던 이전 세대에서 이어온 교육열과 그로 인해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 양성이 이뤄졌다는 점 등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최근 학력 과소비는 개인과 사회에 모두 낭비다.

 작년 국민건강보험료를 내는 대졸자 취업률은 50% 수준을 겨우 넘는다. 사회 전체에 부실 대학을 정리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상고’라는 이름을 고수하며 지난해 98%라는 경이적인 취업률을 기록한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와 대비된다. 한국은행에서도 상고 출신 비서실장이 탄생했고, 각급 은행들도 고졸 인력 채용을 늘린다고 한다.

LG디스플레이는 생산라인에 근무하는 기능직을 대상으로 ‘전문위원’과 ‘임원’ 등의 직급을 새로 추가했다. 기능직 임원도 회사로부터 고급 승용차를 제공받는 등 사무직 출신 임원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고졸 기능직 사원에게 임원 승진 문호를 공식 체계상 개방하는 것은 처음이다. 맡은 업무가 다르더라도 필요한 인재는 그에 상응하는 존경과 대우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특히 그 출발이 산업 현장에서 먼저 시작됐다는 점이 더 반갑다. 학력은 말 그대로 학교를 다닌 경력에 불과하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