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가 ‘폐기물 처리업자’로 전락할 뻔한 위기를 넘겼다.
11일 규제개혁위원회는 환경부의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의 기존 개정안에서 고철·폐지를 폐기물로 간주하고 이를 규제하려는 2항 및 3항을 삭제하기로 결정, 철강업계 손을 들어줬다.
본지 7월 22일자 1면 참조
김현철 지식경제부 철강화학과장은 “다행히 폐기물 기준에 제조공정에 관련된 조항을 아예 넣지 않는 방안으로 가닥이 잡혔다”며 “이로써 폐기물 처리 시 ‘고철 용융’이 폐기물 처리방법이 아니라는 게 명확해진 것”이라고 전했다.
환경부는 최근 폐기물관리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고철·폐지 등을 수집·운반하거나 재활용하는 사업자는 일정 시설·설비를 갖춘 후 시·도지사에 신고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바 있다. 전에 없던 신고 의무가 부과되면서 고철·폐지를 원료로 사용하는 주물·제강·제지업체들은 졸지에 ‘제조업체’가 아닌 ‘폐기물 처리업체’ 신세가 된 것.
지경부와 관련업계는 “주요 원자재를 폐기물로 만들면 폐기물로 만든 자동차를 세계 어느 나라에서 사가겠냐”며 “해당 조치가 말뚝규제나 다름없다”고 강력 반발해 왔다. 이날 환경부는 선별·압축·감용·절단된 고철은 폐기물로 보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을 들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규제개혁위원회는 공정에 대한 언급을 완전히 삭제해야 한다는 지경부 안을 받아들였다.
김현철 과장은 “그동안 환경규제는 결과로만 규제를 해왔으며 친환경 기술개발을 포함한 생산 공정기술, 설비 등 제조산업은 간섭받지 않는 게 맞기에 강하게 반발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례는 철강업계에서도 처음으로 정부에 문제제기를 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문제 항이 삭제된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를 통과한 이후 시행될 예정이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