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x86서버 시장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세계 x86서버 4위 업체인 슈퍼마이크로가 최근 자체 브랜드화를 선언하며 일대 변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슈퍼마이크로는 국내 x86 시장에서도 적잖은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어 경쟁사들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슈퍼마이크로의 자체 브랜드화 움직임이 최근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마더보드와 섀시, 쿨링모듈, 파워서플라이 등의 부품 공급이나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의 기존 사업 모델을 벗어나 HP나 IBM처럼 고유의 브랜드 서버를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찰스 리앙 슈퍼마이크로 회장은 최근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11에서 “향후 슈퍼마이크로 고유의 브랜드를 가진 서버를 출시해 경쟁력과 매출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슈퍼마이크로는 올 연말까지 자체 브랜드 제품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브랜드 서버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자체 브랜드 서버를 갖추게 되면 슈퍼마이크로의 사업 구조가 달라진다. 기존까지는 마더보드가 장착된 화이트박스, 또는 각각의 부품을 각국 총판이 들여와 고객 입맛에 맞는 중앙처리장치(CPU) 등을 조립해 공급했다. 하지만 이젠 CPU와 하드디스크, 메모리까지 직접 본사에서 구매해 하나의 모델로 제공하게 된다. HP의 DL980이나 IBM의 시스템 x3850처럼 모델명도 생긴다. 물론 일부 고객 선택 사항은 남겨둘 방침이다.
슈퍼마이크로가 브랜드 서버를 출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경쟁 업체들에 비해 성능은 뒤질 게 없지만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제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했으니 회사의 이미지와 제품 값어치를 올리겠다는 포석이다. 고유 모델로도 충분히 HP나 IBM, 델과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슈퍼마이크로의 자체 설계와 부품 제조 능력은 이미 업계에서 인정을 받았다. 실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모든 서버를 조립으로만 제작해 브랜드화하는 타사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경쟁사들이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슈퍼마이크로 국내 총판인 디에스앤지 서정열 대표는 “자체 브랜드 서버를 갖는다는 것은 일정 수준 규모를 갖지 않고는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브랜드화를 통해 슈퍼마이크로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고 매출도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슈퍼마이크로는 1993년 대만 출신 찰스 리앙이 동료 1명과 설립했다. 지난 18년간 HP, IBM 같은 메이저 서버업체의 공세를 견뎌내며 서버시장의 신흥 강호로 성장했다. 2007년 나스닥에 상장했으며, 지난해엔 1조5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표>슈퍼마이크로 개요
자료:디에스앤지시스템(슈퍼마이크로 국내 총판)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