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거뒀던 투자이익이 한 순간에 날라갔습니다.” “인수합병((M&A)을 계획대로 진행해야할지, 자금 확보가 걱정입니다.” “유럽 국가들까지 강등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9일 하루 온종일 우리 기업과 국민은 우리 주식시장의 시세표와 세계 증시 동향 속보를 체크하며 불안에 떨었다. 블랙 먼데이(8일)를 겪어낸 것도 모자라 각국 증시 하락 여파가 또다시 어떤 피해로 돌아올 지를 따져보느라 상황판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정부 당국자들도 부산했다. 관료들은 경제관련 회의에 참석하느라 눈코뜰 새 없었고, 정치권도 이날 만큼은 정쟁을 잠시 뒤로하고 경제상황을 점검하는 데 집중했다. 그만큼 이번 사안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나 정치권에서 국민들에게 내보낸 메시지는 아주 원론적이었다. ‘글로벌 문제니 국제공조가 중요하다’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한다’ ‘외화 유동성을 실시간 점검해라’ 등등. 도대체 무슨 회의를 어떻게 하고 있는 지 모르지만 기업과 국민을 안심시킬 메시지는 어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심지어 8일 이명박 대통령이 내로라하는 경제전문가를 모두 불러 개최한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가 끝나고도 청와대는 공식 입장 발표를 ‘유보’했다. “시장이 너무 민감하게 요동칠 수 있고 자칫 잘못된 싸인이 갈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게 대변인 설명이었다.
당국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시시각각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에게 ‘정부의 공식 메시지가 없는 게 차라리 낫다’고 하는 것은 ‘알아서 살아남아라’라는 식 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와 관료가 필요없다는 얘기로 이어진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다”고 했다. 그 지름길은 바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이다. 관료들이 대책을 못내오면 차라리 상황을 왜곡하지 말고 있는대로 공개하는 게 더 낫다. 이제 우리 국민도 글로벌 경제 위기에 관해 어지간히 맷집이 생겼기 때문이다.
미래정책팀=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