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신주발행 병행 검토중

 하이닉스 매각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한 달을 앞두고 채권단과 인수의향서 제출기업 간 신경전으로 과열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채권단이 당초 신주발행 방침을 바꿔 구주 매각에만 집중, 하이닉스 주인 찾기보다는 잇속 챙기기에만 나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9일 채권단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해명자료에서 “하이닉스 매각 방식은 구주 매각뿐 아니라 신주 발행을 병행하는 것으로 계획 중”이라며 “신주 발행을 위해 하이닉스 이사회 결의가 필수 사항이라 회사 측과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매각과 관련해 입을 다물었던 하이닉스도 이날 이례적으로 자료를 배포해 “하이닉스 이사회에서 신주 발행을 하지 않겠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는 내용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이러한 견해를 밝힌 것은 채권단이 구주 인수 비율이 높은 기업에 가산점을 많이 부여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입찰평가 시 100점 만점 가운데 가격요소와 비가격요소의 비율이 65 대 35라고 하면 신주 발행 계획과 관계없이 구주 인수 관련 점수로만 65점을 몰아주는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하이닉스 이사회에서 아예 신주 발행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말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하이닉스를 인수한 기업은 신주 발행을 통한 하이닉스 내에 자금유보가 불가능해져 추가 자금 수요가 발생할 경우 외부 차입으로 하이닉스를 경영할 수 없어 큰 부담이 된다.

 채권단 해명에도 불구하고 인수의향서 제출 기업 중 하나인 SK텔레콤 태도는 강경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의향서를 제출한 결정적 이유는 신주 발행 조건”이라고 강조하고 “채권단이 구주 프리미엄을 계속 주장한다면 원점에서 다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STX는 의사 표명에 조심스럽다.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 관계자는 “채권단으로부터 우선협상자 평가기준에 대해 전혀 전달받은 사안이 없다”며 “이달 말이면 기준이 나올 예정인데 미리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게 내부 기류”라고 전했다.

 최근 논란에 대해 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채권단 내부에서 매각 조건을 놓고 여전히 협의 중이며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매각 조건이 합의되면 공식적으로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규·박창규기자 dkse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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