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전년(2009년) 대비 7.1%가 증가한 3조9027억원을 기록했다. 의약품의 시장은 전년 대비 5.1% 증가한 19조1437억원이다. 성장은 지속되고 있지만 매년 성장률 10%대 였던 의료기기는 2008년 이후 한자릿수대로 떨어졌다. 의약품도 2008년 9%대 성장에서 크게 낮아졌다. 국내 의료기기와 의약품 시장규모가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2%에 못미친다. 대한민국 의료산업의 선진화를 모색하기 위한 첨단의료복합단지(이하 첨복단지) 조성 사업이 이달 10일로 지정 두돌을 맞았다. 현재 대구경북과 충북 오송이 지정돼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의료 관련 국내 최초 및 최대 규모의 연구중심 사업인 첨복단지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짚어본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오는 2038년까지 총 사업비 8조6000억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다. 복수 지정이라는 정치논리 개입 논란과 운영재단의 늦깎이 출범 등 난관도 많았다. 핵심 연구시설은 당초 계획보다 착공이 지연되기도 했다.
하지만 첨복단지 운영법인인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은 단지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국책연구기관, 기업 등과 발빠른 투자유치 MOU를 교환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연구기능을 해당 지자체로 옮기기도 했다. 연구시설과 지자체 시설에 대한 공사도 곧 시작된다.
◇속도 내는 조성사업과 투자유치=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이하 대경첨복단지)에는 오는 2038년까지 총 4조7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우선 2013년까지 4900억원을 투입, 대구 동구 신서동 혁신도시 내 103만㎡의 부지에 연구시설과 지자체 시설인 커뮤니케이션센터를 구축한다. 각 시설은 올해 10월에 착공, 2013년 8월이면 제 모습을 드러낸다.
투자유치 및 연구협력을 위한 MOU도 활발하다. 대구시와 재단은 지난 2년간 15개 국책기관, 14개 의료 기업, 5개 대학과 MOU를 교환했다. 이 가운데 토탈소프트뱅크, 인투이티브 메디코프, 메디센서 등 10개기업은 이미 대구융합R&D센터, 대구벤처센터 등에 임시연구소를 차렸다.
최근에 유치한 한국뇌연구원도 첨복단지 내에 입주하며, 현재 유치 및 건립을 추진중인 국립암센터 분원과 줄기세포 재생연구센터, 한국유전체연구소도 단지 내 입주가 예정돼 있다.
재단은 대경첨복단지를 글로벌 의료 R&D허브로 조성하기 위해 세가지를 중점 추진한다. 우선 우수한 인재유치를 위해 국내외 연구기관 및 대학간 인력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대경첨복단지 특성화 관련 R&D기관을 적극 유치하고, 산업화 가능한 분야를 선정해 연구기관과 대학과의 협력연구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 안에 조성되는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이하 오송첨복단지)는 최근 정부가 핵심·연구지원시설 건립에 따른 기본·실시설계를 마쳤다.
오는 2013년까지 2284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오송첨복단지는 부지 1131㎡ 규모에 신약개발지원센터 등 핵심·지원시설과 벤처연구센터 등이 들어선다.
충북도는 최근까지 국립암센터, 고려대, 에이프로젠, LG생명과학, 녹십자 등 24개 기관 및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오송첨복단지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기반 다지기에 들어갔다. 충북도는 앞으로 첨복단지안에 벤처연구센터와 커뮤니케이션센터를 건립, 일반 벤처기업들의 R&D 활동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문제점=첨복재단과 MOU를 맺은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약속대로 분원과 본사 및 연구소를 실제로 이전할지는 미지수다. 또 외국인투자 기업의 입주도 어려워 보인다.
여기엔 두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올 하반기에 토지분양에 나서지만 실제 입주 시기는 오는 2013년이기 때문에 연구와 생산기반이 하루가 급한 기업들에겐 기다리기가 쉽지 않다.
또 하나는 첨복단지 관리기본계획상 단지 내에는 생산시설이 들어올 수 없다는 점이다. 첨복단지는 보건복지부 관할로 생산시설이 허용되는 일반산업단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송첨복단지 역시 외국인투자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외자유치가 힘들어졌다. 오송은 2007년 제조시설 건립을 주목적으로 외투지역에 지정됐지만 지난해 첨복단지로 다지 지정되면서 외투지역에서 해제된 것이다.
연구기관은 유치하더라도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한 제조가 연계되지 않는다면 성과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충북은 오송2산업단지 등에 33만㎡ 규모의 ‘제2 외투지역’을 단지형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구도 생산시설이 가능한 혁신 1지구에 기업 생산시설을 유치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단지조성 이후 조기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부 연구개발 투자비의 현실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최대의 바이오젠약연구소인 스크립스의 연간 R&D 투자비는 3억2400만달러에 달한다. 의료계에서는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가기 위해서는 R&D 투자에 보다 현실적인 안목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오송=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