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다.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 한 복판에서 인명피해를 가져온 산사태가 난 것도 그러할진대 사태 예방과 원인 제공을 놓고 책임 떠넘기기 공방을 벌이는 모습은 더욱 그렇다.
서초구청과 산림청은 지난 주 내내 대립했다. 산사태 예보 단문메시지(SMS) 발송과 접수를 놓고 상반된 주장이 난무했다. 알고 보니 구청 직원이 책임 추궁을 두려워해 거짓말을 했다.
서초구청은 산사태 원인을 놓고 국방부와도 한판 붙었다. 산사태를 초래한 게 국방부의 군 진지 개설 등 군사작전에 따른 것이라는 것이다. 이 또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서울시도 책임 소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 전체 재난안전과 관련된 구와 산림청, 기상청과의 협조가 절실했지만 공조를 끌어내지 못했다. 서울시는 2005년 641억원이었던 수해방지 예산을 지난해 66억원으로 대폭 깎았다.
행정안전부 역시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재난안전관리 총괄부처인 행안부는 막상 사태가 터지자 산림청과 서울시 뒤로 빠졌다. 장마 전 큰소리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뒤늦게 부산스럽기만 하다. 결과적으로 주무부처인 행안부 장관은 없고, 서초구청과 산림청만 허둥댔다. 원래 주무부처란 위성감시시스템의 리모트센싱 기술을 활용, 절개지를 감시하고 연속강우량 200㎜ 이상일 경우 자동으로 산사태 경보를 내려야 한다.
행안부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두는 이유다. 대규모 재난 예방·대비·대응·복구 등에 관한 필요한 조치를 체계적으로 취하기 위해서다.
기상청은 빗나간 예보로 원성을 샀다. 산사태 위험지 관리시스템이 산림청 산사태공간정보와 기상청 기상정보를 분석해 예보하는 예측정보이니만큼 기상청 역할이 크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재난안전망 우수성을 자랑하던 것이 두 달도 채 안됐다. 대지진과 쓰나미가 덮쳤을 때 일본을 비판하던 것이 불과 엊그제 일이다.
산사태와 물난리가 나면서 기지국 전원이 끊기자 전화도 불통됐다. 그런데도 행안부 주도로 구축하겠다는 통합망 개념의 재난안전통신망은 10년째 논의 중이다.
총체적 난국이다. 사전적이든 사후적이든 그렇다. 재난안전망 시스템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되지 않으면 아무리 우수한 조직체계를 가지고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재난안전망 기본은 사전적 예방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전적 의미의 예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상청의 역할은 지대하다.
현 기상청은 어떠한가. 한 마디로 예보시스템 후진성과 행정 체계 낙후성이라는 불명예를 모두 얻고 있다.
인식의 부재 탓이 클 것이다. 슈퍼컴퓨터, 위성 등의 인프라 투자에 너무 인색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행정체계도 마찬가지다. 기상청은 재난안전체계 총괄부처인 행안부가 아닌 환경부 소속이다. 환경부가 부처를 통할해 진두지휘하기란 사실상 버겁다.
도대체 환경부에 슈퍼컴 같은 시스템을 아는 사람이 누구이고 재난안전 전문가가 있기는 한 것인가. 위성통신이나 기상 역시 제대로 아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
기상청을 아예 행안부 소속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재난안전 총괄부처이면서 재난안전망 주무부처인 행안부 우산 아래로 들어가야 명실상부한 사전예방적인 재난안전체계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고 했던가. 다시 한 번 재난안전체계를 되돌아보고 대안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호들갑은 이번 한 번으로 족하다. 중요한 것은 같은 비극을 더 이상 되풀이 하지 말자는 것이다.
박승정 통신방송산업부 부국장 sj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