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 A와 짝수로 구성되었던 아우디 모델 라인업에 어느샌가 홀수가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1, 3, 5에 이어서 마침내 7이 등장해 1부터 8까지 모든 라인업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A1과 A3가 해치백, A5는 쿠페로 홀수가 붙는 모델은 정통 세단이 아닌 만큼, A7도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였는데, 아우디는 이를 5도어 쿠페라고 정의했다. 전체적인 외형은 쿠페에 가까우면서 트렁크가 해치백처럼 열려 5도어라는 것. 가장 비슷한 모델로는 메르세데스-벤츠 CLS를 들 수 있는데, CLS는 4도어 쿠페를 표방하고 있어 스타일이 쿠페를 닮은 것은 비슷하지만 정식 트렁크를 갖추고 있는 것이 차이다. 지난 7월 7일 국내 출시된 아우디 A7은 중형 세단 A6 플랫폼을 베이스로 개발됐으며, 강렬한 개성과 A8에 버금가는 럭셔리함을 갖춘 A6와 A8의 중간 모델이다.
크기는 대형차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5m에서 31㎜가 모자라는 4969㎜여서 상당히 크다. 하지만 특별히 낮은 지붕과 트렁크까지 한 획에 내려앉는 지붕 라인 덕에 그리 커 보이지는 않는다. 트렁크는 뒷유리창까지 한꺼번에 열리는 해치백 타입이어서 뒷좌석을 눕히면 1390리터의 넓고 반듯한 적재공간을 얻을 수 있다.
실내는 신형 A6와 흐름을 같이한다. 최근 유행하는 랩 어라운드 스타일에, 기기들이 운전자를 향해 배열되어 있다. 각 요소는 아우디에서 공통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들이 많아 익숙하지만 세부적인 디자인터치에서는 세련된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계기판이다. 전체적인 스타일뿐 아니라 입체감, 조명, 글자 폰트, 색상이 모두 마음에 든다.
시승차는 A7 중 최고급인 프레스티지 모델이어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안마 기능이 있는 컴포트 시트, 보스 오디오 시스템, 나이트 비전 등이 모두 갖춰져 있다. 차고 조절이 가능한 에어 서스펜션과 LED 헤드램프는 다이내믹과 프레스티지 모델에 적용되고,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한글 내비게이션, 블루투스 등은 전 모델에 기본이다. A4에서는 고급형에만 적용되었던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도 기본이다.
키가 낮은 만큼 실내 머리 공간에서 손해 보는 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불편한 수준은 전혀 아니다. 보통 키 어른이라면 뒷좌석에 앉아도 머리가 천장에 닿지 않는다.
엔진은 가솔린 직분사 슈퍼차저가 적용된 3.0 TFSI와 디젤 3.0 TDI 두 가지가 국내에 도입되었는데 시승차는 3.0 TFSI다. 지난 A6에 처음 적용되었던 엔진으로 기존에는 최고출력이 300마력이었는데 A7에서는 310마력으로 높아졌다. 최대토크는 44.9㎏·m며, 자동 8단 변속기가 적용되어 연비도 9.4㎞/L로 좋은 편이다.
가속은 부드러우면서 강력하다. 0~100㎞/h 가속이 5.8초니 웬만한 고성능 스포츠카 수준으로 빠르지만 몸으로 느끼는 부분은 부드러움이 더 인상적이다. 드라이브 셀렉트를 컴포트나 오토로 설정하면 그 부드러움은 더 매력적인 안락함으로 다가온다. 다이내믹을 선택하면, 서스펜션이 순간적으로 단단하게 변하는 것은 물론이고 엔진과 변속기 응답성이 빨라지고 스티어링 휠도 무거워진다. 시프트 패들까지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그야말로 달릴 맛나는 스포츠카로 변신하는 것이다. 성능이 향상된 콰트로 시스템을 적용해 악천후에서의 주행은 물론이고 코너링 성능도 한층 좋아졌다.
운전자의 전방 창밖에 정보를 표시해 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에는 현재 속도와 함께 차간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동으로 주행하는 ACC의 작동 내용이 함께 표시된다. 창밖을 보면서 ACC를 쉽게 조작할 수 있어서 더욱 편리하다.
A7은 뼈대와 파워트레인이 곧 국내에 소개될 신형 A6와 동일한 만큼 화려한 개성과 럭셔리한 편의 장비가 주무기다. 그래서 행운의 숫자 7이 참 잘 어울린다.
박기돈기자 nodikar@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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