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장마가 예년보다 이른 시기인 6월 하순부터 시작되었고 기간도 길어지면서 강수량이 크게 늘었다. 7월 하순에도 대기불안정으로 집중호우가 내리고 있다. 올 6월 전국의 평균 강수량은 288.6mm로 평년보다 190% 많았으며, 서울지역에는 7월 28일까지 6, 7월 총강수량이 1462.5mm로 평년(527.9mm)의 3배에 이를 정도로 호우가 내렸다.
6, 7월 강수량이 평년대비 크게 많아지면서 3분기 농산물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상 강우로 인해 채소류 등 강우에 민감한 작물을 중심으로 가격이 불안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7월 넷째주 채소류 가격 상승률은 전년대비 5.6% 상승하여 다시 플러스로 돌아섰으며, 전주대비로는 상승폭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상추, 시금치 등 일부 품목의 경우에는 7월 들어 전주대비 각각 평균 36.5%, 19.8% 오르는 등 크게 불안한 추이를 보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를 지속하고 있는 중에, 채소류 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물가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채소류, 재배면적 증가로 2분기 가격 급락
채소류 가격은 작년 4분기 이상한파로 폭등한 이후 점차 안정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로 인해 채소류 가격은 6월까지 소비자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었다. 가뭄 등으로 지난해 작황이 안 좋았던 점도 있지만, 그 동안의 가격상승이 생산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농산물 가격순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가격이 오르게 되면 정부정책이나 경제적 동인으로 해당 품목의 재배면적이 늘어나게 된다. 그에 따라 농산물의 특성상 공급 확대에는 일정기간이 필요하게 되어 단기간에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며,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는 오히려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 해당 품목의 가격이 큰 폭으로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품목으로는 배추, 무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품목은 작년 10월 이후 수개월간 가격이 급등하여 전년대비 100%를 웃도는 상승률을 지속하였으나, 올 4월 이후에는 출하량 증가로 가격이 50% 정도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그림 3> 참조). 주요 품목의 재배면적도 여전히 증가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서울시 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7월 고랭지 배추, 무의 재배의향면적은 6월에 비해서는 증가 폭이 감소했으나 전년대비로는 각각 9%와 16%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결국 최근의 이상 강우가 작황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가격의 하향 안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6, 7월 이상 강수량이 주요 변수로 등장
6, 7월의 이상 강우로 인해 배추, 무 등의 채소류 작황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작년 가뭄으로 인해 채소류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에 전년대비 출하량은 아직까지 플러스 수치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이상 강우의 영향이 점차 커지면서 증가폭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배추의 전년대비 출하량 증가율은 7월 상순에는 24.8%였으나 중순에는 10%로 둔화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7월 하순 집중호우로 채소류 작황은 더욱 부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쌀 등 곡물의 경우 생육기간이 길고, 강수량이 생산량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어 큰 홍수나 가뭄이 아니라면 6, 7월 강수량 증가가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채소류나 마늘, 인삼 등 기타농산물 가격은 강수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실제 과거자료를 이용해 6, 7월 강수량과 이들 품목의 가격상승률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양(+)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강수량의 경우에는 평년보다 많은 것도 문제지만 너무 적은 것도 작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8월 이후의 기후조건에 따라 위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생육기간 중 어떤 시기에 강우가 집중되느냐가 작황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례로 농업관측센터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배추는 결구기(40일 이후)에 있는 물량이 상대적으로 피해가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7월 하순에도 집중 호우가 내리고 있어 채소류 작황은 더욱 나빠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고려한다면 채소류 가격의 상승폭이 확대되는 추세는 8월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이다. 다만 작년에도 9월 하순부터 채소류 가격이 급등했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기저효과로 인해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은 9월 이후에는 다시 안정될 것이다.
돼지 수급 불균형 해소는 하반기에도 요원
이상 강우로 인한 채소류 가격 불안뿐 아니라 돼지고기 가격이 쉽게 안정되지 못하는 점도 농축수산물 가격흐름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구제역으로 인해 전체 돼지의 3분의 1을 살처분하면서 크게 훼손된 국산돼지의 공급구조는 하반기 중에도 정상화되기 어려워 보인다. 구제역으로 어미돼지(모돈) 사육수까지 크게 감소하였고 임신 및 사육기간을 고려하면 정상화에는 최소 10개월은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6월 돼지의 총 사육마리수가 전년동월대비 24.7% 감소하였고, 모돈수도 19.2%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비육돈(식용돼지)이 후보 모돈이 되면서 돼지고기의 시장공급은 더욱 줄어드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도축수나 도매시장 경락수는 6월기준 전년동월대비 각각 34%, 36% 감소한 규모였다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수입물량을 대폭확대하였으나 소고기와 달리 국산 돼지고기 가격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소고기(한우) 가격의 경우 수입물량 확대로 전년대비 10% 이상 하락하였으나, 돼지고기는 6월 수입량이 전년대비 114% 증가하였음에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7월 돼지고기 가격(4주 평균)도 전년대비 27.2% 올라 7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공급량의 감소폭이 워낙 컸으며, 수입산 돼지고기가 국산 돼지고기의 대체재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가격상승에 따른 수요감소, 수입량 확대로 인해 돼지고기 가격은 점차 하향 안정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올 하반기에도 국산 돼지고기의 공급량은 전년대비 감소하여 가격 상승압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식료품비 상승으로 체감물가 더욱 높을 것
채소류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약화되던 농축수산물의 물가상승압력이 다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산물 가격상승은 가공식품, 외식비 등 식료품 관련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농산물가격이 다른 품목으로 전가되는 시차가 길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동안 가공식품, 외식비의 물가상승 기여도가 확대되어 오던 추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들 품목들은 농산물과 달리 가격의 하방경직성이 나타나는 특성이 있어 상승압력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에는 둔화될 것이라는 큰 흐름은 유효하겠지만, 채소류 가격의 상승 등으로 인해 3분기 소비자물가는 당초 전망보다는 다소 높아질 것이다. 상반기 물가상승의 주요 요인이었던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등 식료품 가격이 하반기에도 쉽게 안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 전월세 상승이 이어지면서 하반기에도 물가불안이 우려된다.
특히 식료품에 물가상승이 집중되는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불안은 더욱 클 것이다. 이상 강우로 인해 하반기 물가에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한 만큼 강수량에 민감한 품목들에 대한 수확량 모니터링을 강화해나가고, 수입량 확대 등 가격안정을 위한 수급계획을 세우는 등 적극적인 대응방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출처: LG경제연구원
<재난포커스(http://www.di-focus.com) - 이정직 기자(jjlee@di-f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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