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6월, 대만지멘스의 피터 홀리데이 빌딩자동화사업본부 부사장과 케시양 타이베이 101 부회장은 ‘타이베이 101’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녹색빌딩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손잡았다. 10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 최초로 미 친환경건축물인증제도(LEED) 인증을 획득하기로 한 것.
이날부터 하루 16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건물 진단과 에너지 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설비 교체가 이뤄졌고 2년의 세월이 흐른 지난 28일, 타이베이 101은 100층이 넘는 건물 세계 최초로 LEED 플래티넘(최고등급) 인증을 획득하며 녹색 고층 건물 시대의 첫 장을 열었다.
◇에너지 빈틈을 없애라=101층, 총 높이 508m라는 위용에 걸맞게 타이베이 101은 2007년 기준으로 연간 4100만㎾h의 전력을 소비했다. 우리나라 안양시가 1년간 소비한 전력의 약 5%에 해당한다.
2007년 임대율은 60% 수준. 하지만 80%대의 임대율을 나타내던 지난 2010년 타이베이 101의 단위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은 오히려 2007년 대비 약 18%가량 감소했다.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통해 최적의 에너지 소비를 이끌어 내는데 주력한 결과다.
지멘스는 건물에서 빠져나가는 작은 에너지도 허투루 버리지 않기 위해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건물 각 층의 천장에 매순간 온도·습도를 감지하는 센서를 설치한 것도 한 예다. 이 센서는 건물의 온도를 항상 25도로 유지하게 하는 첨병 역할을 한다.
건물의 냉방은 ‘에어 볼륨 시스템(AVS)’을 통해 공급되는 냉기에 의해 조절되는데 센서를 통해 축적된 온도와 습도 데이터에 따라 냉기가 공급된다.
냉기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한 설비도 자리 잡고 있다. 야간에 얼음을 만들고 저장하는 설비인 TBC(Terminal Boxes Controllers)가 건물 안에 약 3400개 설치돼 있다. 이 시스템은 외부 기온과 전력 요금이 낮은 시간에 얼음을 생산하고 주간에 냉방 에너지로 활용하도록 해 냉방에너지 비용을 절감시킨다.
12만5000개의 형광등, 3800개의 에너지 절감등, 2400개의 할로겐등 등 건물에 설치된 모든 조명시설 또한 AVS와 한 몸처럼 움직이며 사람이 없어 냉방기 가동이 멈추면 자동으로 소등된다.
타이베이 101 측은 지멘스와 작업으로 유사한 규모 다른 건물보다 30% 이상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 연간 70만달러 이상의 에너지 비용을 절약한 것으로 분석했다.
‘타이베이 101’의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피터 웨이스 대만지멘스 CEO는 “도시화로 인한 에너지·온실가스배출 증가는 세계적인 메가트렌드”라며 “새로운 기술과 설비 등을 서로 연계해 건물 에너지 절감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뜨는 ‘그린 빌딩’ 시장 주도권 잡는다=지멘스는 건물 자동화 시장, 그 중에서도 건물 에너지 절약 시장을 전략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건물 부문에서 소비하는 에너지가 국가 전체 에너지의 약 40%에 달하고 건물 에너지 절약 시장의 규모 또한 해마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멘스 본사의 허버트 카이버 빌딩자동화사업본부 자동화부문장은 “170억유로 규모의 세계 빌딩 자동화 시장 중 약 25%가 에너지 효율 향상과 관련된 시장”이라며 “빌딩 에너지 관련 시장은 2013년 이후부터 연간 약 2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아시아에서는 한국·대만·싱가포르·홍콩 등이 시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멘스는 우리나라 건물 자동화 시장을 약 2500억원 규모로 추정했다. 건물 에너지 관련 시장은 이와 별도로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과 에너지설비 교체시장에 일부 포함된 것으로 봤다. 하지만 향후 건축물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가 도입되고 ESCO정책 자금 또한 증가하고 있어 ‘그린 빌딩’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충분한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올해 10월 1일 세계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인프라스트럭처&시티 사업부문을 통해 스마트그리드·ESCO 등 국내 시장에 특화된 사업 또한 주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산다 헤르덴 한국지멘스 빌딩자동화사업본부 부사장은 “한국의 그린 빌딩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시장에서 국내외 기업의 경쟁 및 협력관계 구축을 통한 현지화전략을 구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베이(대만)=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