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그로폰테 "불필요한 잦은 평가는 낭비"

 “명백하게 좋은 아이디어라면 결과를 평가할 필요가 없다.” 미국 MIT 미디어랩 창립자인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가 우리나라 방송통신기술 연구개발(R&D) 리더들과 만나 스마트 융합시대를 향한 발전 방안을 공유했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단기 실적 위주 R&D 정책의 한계점을 지적하며 혁신적인 사고를 당부했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지난 28일 오후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통위 프로젝트매니저(PM)들과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에는 곽종철(융합기술), 박상일(차세대방송), 윤상원(전파위성), 이영희(미래인터넷), 정경호(정보보호) 위원 등 분야별 PM 5명이 참석했다. 김동기(모바일서비스) PM은 외부행사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잦은 평가가 창의성 저해”=정경호 위원이 미국의 R&D 평가시스템에 관해 묻자 네그로폰테 교수는 “창의적인 연구 성과를 내려면 좋은 아이디어에 대한 불필요한 평가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에 대한 잦은 평가가 오히려 좋은 아이디어를 불필요하게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MIT미디어랩 설립 초기 미국 국가과학재단(NSF)과 일한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당시 프로젝트 승인을 받고 3년 만에 또 다시 다른 전문가의 재평가를 받는 등 비효율적이 많았다”며 “이후부터 MIT미디어랩은 정부보다는 산업계나 다른 학계와 협력하는 길을 걸어왔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의 R&D 프로젝트는 3~4년 단위가 일반적이고 흔하지 않지만 10년짜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식 PM제도 기대”=네그로폰테 교수는 우리나라 방통위의 R&D PM 제도에 대해 흥미를 보였다. “MIT미디어랩과 마찬가지로 사물인터넷에 대해서도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는 이영희 PM을 비롯해 각 PM의 설명을 들은 네그로폰테 교수는 체계적인 R&D 지원체계가 국가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현재 방통위 PM은 △차세대 방송 △미래인터넷 △모바일서비스 △정보보호 △융합기술 △전파위성 등 6개 분야로 나눠 R&D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MIT미디어랩이 한국과도 협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겠다”며 “PM제도가 글로벌 운영체계를 갖추고 세계 공통 표준연구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박상일 PM은 “우리도 해외 인력을 포함한 개방적인 운영을 원한다”며 “국제 협력을 통해 R&D 사업을 확장시켜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융합 기술에 관심 많다”=네그로폰테 교수는 방통위가 진행 중인 방통 융합을 통한 신서비스 개발에 관심을 나타냈다. 곽종철 PM이 “N스크린, 스마트TV 등 방송과 통신을 융합해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미래 서비스를 만드는 중”이라고 밝히자 네그로폰테 교수는 “매우 흥미롭다. 어느 정도 연구가 진행됐는가”라며 호기심을 보였다.

 최근 국내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주파수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좀더 많은 주파수가 개방형으로 쓰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윤상원 PM은 주파수 활용의 혜택을 누가 얻을지를 고려해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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