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하게 좋은 아이디어라면 결과를 평가할 필요가 없다.”
네그로폰테 MIT미디어랩 설립자는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14층 회의실에서 열린 방통위 프로젝트매니저(PM)와의 좌담회에서 창의적인 연구 성과를 내려면 좋은 아이디어에 대한 불필요한 평가를 줄일 것을 주문했다.
결과에 대한 잦은 평가가 오히려 좋은 아이디어를 낭비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MIT미디어랩 설립 초기 미국 국가과학재단(NSF)과 함께 일했던 경험을 말하면서 “프로젝트에 대한 승인을 받고 나서 3년 후에 또 다시 퓨어리뷰(다른 전문가 등에게 연구에 대한 평가를 맡기는 것)를 받아야 했다”며 “퓨어리뷰는 얼마나 좋은 연구를 해 왔는지 보다 다른 요소가 개입되기 때문에 좋은 평가 방법이 아니었다”고 회자했다. 이 때문에 MIT미디어랩은 정부보다는 산업계나 다른 학계와 협력하는 길을 걸어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예산안을 짜는 1년 단위로 연구개발(R&D) 실적을 평가해서 내년에도 지속할 것인지 평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미국에서 했던 프로젝트는 3~4년 단위가 일반적이었고 흔하지는 않지만 10년짜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떤 연구에는 빡빡한 기한이 붙어 있는데 연구자에게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 방법에 대해서는 긴 프로젝트는 그동안의 연구 연혁을 따져 볼 것을, 짧은 프로젝트는 명백하게 좋은 아이디어인지 살펴 보는 게 적합하다는 조언을 내놨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우리나라 방통위의 PM 제도에 대해서도 흥미를 나타냈다. 방통위는 PM 제도를 두고 △차세대 방송기술 △스마트 인터넷 △모바일 △보안 △방송·통신 융합 △무선주파수 및 위성 6개 분야에서 미래 먹을거리 창출을 위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프랑스·인도 등에 MIT 미디어랩 글로벌 센터를 만들려고 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한국과도 협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키로 했다.
끝으로 그는 “PM제도가 글로벌한 조직을 갖추고 세계 공통표준을 연구하는데 기여했으면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