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 주식시장이 해킹에 대비해 올해 10억달러(약 1조원)에 달하는 뭉칫돈을 보안 시스템 설비에 투자한다. 지난 2월 9억달러 예산을 책정했다고 밝힌 지 반년도 채 안 돼 1억달러를 증액했다.
28일 나스닥 운영회사인 나스닥 오엠엑스(OMX)의 로버트 그리펠드 CEO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불과 몇 개월 사이 FBI나 IMF 등 주요 기관 해킹이 일어났다”며 “기업 간 주식 거래에 대한 비밀 자료 등 민감한 데이터가 오고가는 나스닥 시장 역시 해킹 위협에 늘 시달린다”고 밝혔다.
올해 초 나스닥 오엠엑스는 회사 내부 컴퓨터 망이 지속적으로 해킹을 당하고 있었다는 의혹에 시달렸다. 해커는 나스닥 오엠엑스 전산망에 침입해 시스템을 둘러본 흔적을 남긴 채 사라졌다는 의혹이 이어졌다. 거래 시스템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지만 인터넷 기반 망은 취약하다는 오명을 입었다.
그리펠드 회장은 “당시 해커로 짐작되는 사람이나 나라에 대한 어떠한 단서도 잡지 못한 채 마무리 됐다”며 “주식거래의 안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을 깨버리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긍정적 효과도 있다. 이 사건을 시발점으로 보안 시스템의 중요성을 기업들이 새삼 깨달았다. 가트너는 올해 미국 내 78개 은행과 증권사 중 3분의 2 가량이 보안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는 조사를 내놨다.
나스닥 오엠엑스는 예산 증액 활용 방안을 발표했다. 거래 시스템에 대한 보안 투자를 늘리고 서버 감시 인원을 늘려 불필요한 침입이 감지되면 즉시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리 샤벨 나스닥 오엠엑스 CFO는 “마치 24시간 불침번을 서는 형태가 되도록 철저히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정윤 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