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 ahnms@korea.ac.kr
얼마 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의미있는 행사 하나가 조용히 치러졌다. ‘공유저작물 창조적 활용을 위한 포럼’이라는 다소 긴 이름을 갖는 포럼 발족식이다.
사실, 저작권 관련 법령은 범위도 넓고 너무 복잡해서 이용 시 본의 아닌 실수를 범할 수 있고, 인터넷 상에서 잘못 클릭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지기도 한다. ‘공유저작물’은 일반국민이 저작권 부담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저작물을 총칭한다. 예를 들어 저작권이 만료된 저작물, 국가가 보유 관리해 공개를 결정한 저작물, 저작자가 공공의 사용을 위해 기증한 저작물 등을 포함한다.
공유저작물은 대학에서 연구자들이 다른 사람의 연구물을 ‘인용’이라는 제도를 통해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저작물이다. 그동안 제도의 미비, 준비 미비로 인하여,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어떤 것이 공유저작물인지를 알 수도 없었고, 안다고 해도 그 이용절차와 조건 등을 알 수 없어서 제대로 활성화가 되지 않았다.
저작물에는 활자형태의 저작물뿐만 아니라, 소리 그리고 그림까지가 모두 포함된다. 공유저작물은 디지털 시대에, 개인이나 기업 또는 정부기관이 새로운 앱을 만들거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때에, 참으로 유익하게 활용될 수 있다.
아날로그 형태의 공유자작물이 디지털화 과정을 거쳐 데이터베이스의 모습을 갖고 인터넷에 제공되면, 그 활용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디지털화된 공유저작물은 인터넷 등 매체를 통해 자유롭게 이용돼 창조적 저작물의 생산에 기여하게 된다. 국가적 자산이 된다.
저작권이 만료된 고전 작품을 체계적으로 디지털화해여 일반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구텐베르크 사이트를 들 수 있다. 여기에선 3만6000건의 책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섹스피어의 전 작품을 포함해 향기 높은 고전 작풍이 망라된다.
공유저작물은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공유저작물은 새로운 창조적 저작물을 위한 만들기 위한 광맥이라고 할 수 있다. 민관 협동으로 이번 발족한 `공유저작물 포럼`은 공유재산의 발굴 및 수집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발굴된 저작권의 디지털화 작업을 수행하여 디지털 매체에 제공하는 등 공유저작물 이용자를 확대하고, 이들이 창조적 저작활동을 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공유저작물은 우리 모두의 지식재산이다. 공유저작물 포럼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이용자의 입장에서 어느 것이 공유저작물인지를 확실히 알게 돼 이용 불확실성이 제거될 것이다. 누구나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제공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공유저작물이 활성화되려면 정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식재산을 갖고 있는 개인과 기관 등도 적극적으로 지식재산권을 기증해야 한다. 지식재산을 가진 사람이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본 포럼은 제공할 것이다.
아날로그 형태의 공유저작물을 디지털화 하는 작업은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정부는 청년실업 대책의 하나로, 공유저작물 디지털화 작업을 선정해 디지털화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화 작업에는 기업도 일정부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국민들의 자원 봉사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물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보유하고 있는 공유저작물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방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공유저작물 창조적 활용에 온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을 때, 우리나라는 21세기 콘텐츠 강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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