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 와이브로 단말기 시장에서 사실상 손을 뗀다. 4세대(G) 통신망으로 와이브로를 밀고 있는 KT는 4G 스마트폰 단말기 확보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와이브로를 기반으로 출범을 예고하고 있는 제4이동통신사업자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와이브로용 갤럭시탭 10.1과 향후 출시할 갤럭시 스마트폰 단말기의 와이브로용 모델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롱텀에볼루션(LTE)용 갤럭시탭 10.1과 차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은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해외의 경우 와이맥스(와이브로) 일부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지만 국내에서는 현재 와이브로 단말기를 출시할 계획이 없다”며 “당분간 LTE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확인했다.
KT는 와이브로 활성화를 위해 삼성전자에 와이브로용 단말기를 제조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삼성전자에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정에는 와이브로용으로 출시된 갤럭시탭 7.0 판매 부진도 하나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전체 판매량이 공급량 기준 50만대 이하로 저조한 와중에 특히 와이브로용 모델은 의미 있는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지금은 물량 공급이 부족할 정도인 와이브로는 라우터 단말기로 승승장구하며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LTE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모양새다. 와이브로 라우터의 일평균 판매량은 지난 1월 200여대에서 6월 1300여대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아직 망가입자가 50만명 수준에 머물러 있어 스마트폰 단말기 라인업을 갖추지 못하면 전세가 역전되는 건 시간문제다.
현재 판매 중인 와이브로용 스마트기기는 대만 제조사인 HTC의 ‘이보 4G+’와 ‘플라이어 4G(스마트패드)’ 두 종류다. 이른바 ‘3W(와이브로·와이파이·WCDMA)’ 마케팅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아직은 국내 제조사에 비해 소비자 선호도가 크게 떨어진다.
LG전자나 팬택 등 다른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도 와이브로 모델 생산계획은 잡혀 있지 않다. 대신 이들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LTE 진영의 전격적인 망 구축에 발을 맞춰 오는 9~10월 시작될 예정인 ‘LTE 스마트폰 대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제조사 관계자는 “제조 업계에는 와이브로용 스마트폰의 국내 시장성에 확신이 아직 없다”며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미온적인 진흥정책도 와이브로 진영을 힘들게 하는 요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와이브로와 LTE 공동발전 방향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음성통화 기능 탑재와 기존 와이브로 주파수 중 사용 실적이 저조한 주파수 재배치 등 획기적인 조치가 없는 이상 이통사-제조사가 연결되는 ‘와이브로 생태계 구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전문가는 “mVoIP사업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와이브로에 음성을 싣지 않는한 사업 전망은 밝지 않다”면서 “이럴 경우 KT가 아니라면 제4이통이 빨리 출현할 수 있도록 해서 와이브로에 음성을 실어 기존 통신사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지 제조업체에만 단말 생산을 요구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