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사의 결제 모듈만 강요하는 정책에 내로라하는 주요 e북 기업들이 모두 굴복했다.
아마존은 26일 애플의 새로운 정책에 따라 킨들 앱에서 ‘구매(buy)’ 버튼을 삭제한다고 발표했다. 디지털 콘텐츠 유통에서 애플과 자웅을 겨루는 아마존까지 애플의 정책에 굴복했다고 주요 외신들은 전했다.
애플은 앱 개발사들이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추가적 콘텐츠나 아이템을 구매하는 ‘인 앱 구매(IAP)’를 할 때 자체 신용카드 결제 모듈만 도입하도록 정책을 변경하고 6월 30일까지 이를 따르도록 요구했다. 앱 개발사들이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앱스토어에서 앱을 삭제할 수 있다고 통보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 방침은 모든 e북·게임·동영상 등 모든 콘텐츠 관련 앱 개발사가 적용 대상이었지만, 활발하게 앱 내 구매를 진행하고 있는 e북 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킨들’ 앱을 제공해온 아마존은 최근까지 이 방침을 따르지 않다가 결국 ‘구매’ 버튼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또, 앱에서 바로 ‘킨들 스토어’ 페이지로 링크되는 기능도 삭제했다. 또 다른 e북 업체인 코보와 반스앤노블스도 유사한 방식을 택했으며, 언론사 중에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애플의 정책에 순응해 앱에서 구독할 수 있는 기능을 없앴다.
구글은 지난주까지 e북 앱인 ‘구글북스’를 잠시 앱스토어에서 앱을 내렸다가 최근 구매 기능을 뺀 채 다시 내놓았다. 새로운 구글북스는 e북 검색을 돕는 역할만 하고 있다. 아이폰·아이패드 이용자가 이들의 e북이나 뉴스 콘텐츠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사파리 브라우저에서 각 사이트에 접속해 구매를 한 뒤 다시 앱을 열어야 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편함이 가중됐다.
글로벌 e북 업체들이 애플의 정책을 따르자 국내 e북 업체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앱을 변경하고 있다. 리디북스는 최근 애플의 요구를 반영해 앱을 수정했으며, 북큐브·교보문고 등 다른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애플이 변경된 정책이 시장에 직접 영향을 발휘하자 콘텐츠 판매 감소와 소비자 불편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이 변화는 앱스토어 내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콘텐츠의 양을 줄여 소비자와 외부개발자에게 주는 매력이 줄어들 것이다”고 평했다.
이번 정책으로 e북 시장에서 애플의 시장 지배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출판 컨설팅업체인 아이디어 로지컬의 마이크 샤츠킨 대표는 “소비자가 앱 안에서 구매를 하고, 즉시 읽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이북스라는 사실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