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 자율등급분류 도입이 늦어지면서 국내 업체와 이용자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게임 오픈마켓은 ‘셧다운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글로벌 업체의 눈치만 보고 있다.
넥슨은 자사의 인기 온라인게임 카트라이더를 활용한 아이폰용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를 내놓았지만 국내 이용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회사 측은 카트라이더 러쉬 출시 3개월 만인 이번 주 한국어 지원 계획을 밝혔으나 국내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난색을 표시했다. 북미나 홍콩 등 다른 지역으로 우회해 해외 계정을 이용하지 않으면 게임을 다운로드 받을 수조차 없다.
넥슨 측은 “글로벌 기업은 국내 사전 심의에 반대해 게임 카테고리를 열지 않고 해외에만 게임서비스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소규모 업체는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에 올리는 것을 (애플이) 문제 삼지 않지만 대기업의 경우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달 초부터 오픈마켓 게임물에 한해 사전심의가 철폐되고 사후신고제로 바뀌었으나 이마저도 늑장 적용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게임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2주가 넘었지만 이용자들이 느낄 수 있는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당초 예상보다 게임물등급위원회와 업체 간 협의가 길어지면서 게임 개발사들은 여전히 사전 등급분류를 받고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보였던 애플이나 구글 등 외국계 중개사업자들은 자사의 글로벌 정책과 국내 등급분류 기준 간 충돌과 강제적 ‘셧다운제’를 문제 삼아 정식 도입을 주저하는 상황이다. 개정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은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셧다운제를 우선 적용시키고, 스마트폰 등 모바일 게임은 2년 유예기간을 두었다. 게임 오픈마켓을 열더라도 청소년 본인확인, 이용시간을 규제하는 셧다운제가 도입된다면 ‘무용지물’이라는 게 글로벌 기업 입장이다.
자율등급분류 시행이 늦어지면서 혼란을 겪는 것은 스마트폰 게임 시장만이 아니다. 페이스북 국내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외국계 기업과 국내 업체와의 ‘역차별’ 문제도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페이스북 국내 이용자는 약 400만명 규모로 지속적 증가 추세다. 일부 업체들에서는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들을 위한 해피머니, 도서상품권, 문화상품권 등 다양한 결제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그러나 이 중 게임물등급위원회를 통해 페이스북용 게임으로 등급분류 심사를 받은 회사는 NHN, SK커뮤니케이션즈, 크레이지피쉬 등 5개사뿐이다. 페이스북 게임의 등급 심사는 강제가 아니기 때문에 자발적 등급 분류에 해당하는 경우다. 사실상 게임 오픈마켓에 해당하지만 스마트폰 대상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시행령에서도 제외됐다.
게임물등급위원회 측은 “페이스북 게임은 글로벌 서비스이기 때문에 지역별 제한도 어렵다”며 “현재로서는 법으로 등급분류를 강제할 조항도 없어 모니터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