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 평생 직장이 아니라 평생 직업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박원희 지노게임즈 대표는 단호하게 말했다. 창업 3년째 게임 개발 스튜디오에서 직원들에게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가 이런 말을 하는 데는 배경이 있다. 자신도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펀치몬스터’를 개발한 넥스트플레이에서 부사장을 지낸 박 대표는 온라인게임 개발이 길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009년 창업을 망설이던 시기에 박 대표에게 자극을 주었던 것은 KAIST 선배인 장병규 본엔젤스파트너스 대표였다. 당시 장 대표는 그에게 “재도전하라”며 권했고, 기꺼이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섰다.
벤처기업 투자를 진행하는 본엔젤스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개발사가 바로 지노게임즈다. 이른바 ‘묻지마 투자’는 아니었다. 꼼꼼하게 실패의 ‘질’을 살피며 △합리적 사고 △최선의 노력 △의미 있는 시도에 높은 점수를 줬다. 경기과학고, KAIST 동창이자 넥스트플레이에서 함께 일한 김창한 프로듀서가 최고기술경영자(CTO)로 창업에 동참했다.
여기에 장 대표와 함께 네오위즈 공동창업자인 신승우 이사도 회사에 합류했다. 신 이사는 네오위즈 창업멤버 중 한 명이지만, 현업 개발에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일년 반 동안 제작한 2시간 분량의 핵심 플레이만으로 올해 초 NHN과 게임 퍼블리싱 계약을 성사시켰다.
“프로젝트 ‘임모탈’은 방대한 MMORPG 세계에서 일대 다수가 겨루는 짜릿한 ‘핵앤슬래시’ 전투를 재현한 게임입니다. 랜덤으로 인스턴스 던전이 생겨나고, 전쟁을 위한 평행세계 시스템이 도입되었죠.”
박 대표가 바라보는 시장의 승부는 ‘디아블로3’의 출시 이후다. 지난해 말에는 넥슨에서 ‘카트라이더’ 기획팀장과 ‘버블파이터’ PM을 맡았던 서동현 디렉터까지 합류했다. 방대한 콘텐츠 공급에 대한 체계적인 기획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노게임즈의 현재 인원은 28명 수준이지만, 내년에 있을 비공개테스트 버전을 만들기 위해 총 60여명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회사가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만큼 경영자로서 본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온라인 게임 개발은 ‘인생 프로젝트’라며, 회사가 건강한 분위기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바라봤다. 노트북을 열어 엑셀파일로 만들어진 직원들의 ‘체육시간표’를 보여줬다.
“사내에 운동부를 만들었어요. 헬스부, 요가부, 수영부, 스쿼시부에 운동부장까지 둬서 철저하게 출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밤샘 야근근무는 당연히 금지죠.”
박 대표는 게임 개발사를 능력이 소모되는 곳이 아니라 성장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규칙적인 업무와 직무교육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벤처기업의 핵심은 결국 인재이기 때문이다. 사무실도 대치동으로 옮기고 본격적으로 사람도 늘리기 시작했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해서 경력자 위주로만 채용하지 않습니다. 신입이라도 기본기와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회의도 많고 발표도 많으니까요.”
박 대표는 “직함인 CEO의 E가 실은 Education(교육)의 약자”라며 “(인재로)키울 자신은 있다”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