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남의 세일즈2.0](3)과거 거래처, 미래 거래처

 거래처와 나. 세일즈맨에게 물어본다. 급여를 주는 사람이 누구인가. 대부분은 당연히 자기가 다니고 있는 회사라고 답한다. 지극히 당연한 답변이지만 당연한 답변을 묻는 배경에는 무언가 다른 답변이 있음을 암시한다.

 한 마디로 세일즈맨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은 고객이다. 당신의 고객, 즉 거래처가 실적이 나빠져서 당신에게 ‘오더’를 줄 수 없고 회사가 문을 닫으면 당신 역시 실직 위기에 처한다. 물론 극단적인 가정이다.

 그러나 점차 직급이 올라가 매니저가 되면 월급을 주는 사람은 회사로 바뀐다. 물론 월급을 주는 사람은 처음부터 회사고 또 회사를 위해서 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직급에 따라 약간씩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먼저 담당 세일즈는 진정으로 거래처와 동고동락해야 한다. 자기 회사처럼 거래처를 생각하고 일해야 한다. 여기서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거래처를 자기 회사처럼 생각한다면 거래처의 현재 매출이 어떤지, 자금 사정은 좋은지, 직원의 감정 상태는 어떤지, 지금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즉 거래처의 당면 비즈니스 이슈가 무엇이고 각 부서의 고민은 무엇인지 등 속속들이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한다. 단순히 자기 회사처럼이 아니고 거래처의 경영층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 기회가 되어 실제 거래처 임원을 만나서 전체적인 문제를 얘기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가 돼야 한다.

 구매 담당 임원을 만나서, 담당 세일즈맨인 당신이 “상무님, 요즘 고생이 많으시죠? A, B, C사의 납기문제가 이렇고 저희까지 이런 문제가 있고. 개발 쪽에서 이런 문제가 생겨 저희가 신규 솔루션으로 이렇게 진행하고 있고, 유럽 지역 판매가 요즘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아시아는 괜찮지요?” 등 많은 얘기를 하면 상대 임원은 당신을 단순 세일즈맨으로 보지 않을 것이고 감탄을 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스카우트 제의를 할지도 모른다.

 세일즈 2.0시대, 세일즈는 단순한 자사의 제품 판매원만이 아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BC(Buying Consultant)다. 거래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공급하고 솔루션이 없다면 자사에서 개발을 할 수 있도록 개발을 주도해야 한다.

  당신이 거래처 구매 담당이라고 생각하고 납기 문제가 안 생기게 사전에 조치해야 한다. “지금 지표가 심상치 않습니다. 같이 상황 리뷰를 해보지요. 현재 디바이스별 재고 상황과 판매 상황을 가지고 내일 미팅을 하도록 하죠.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 재고 기간에 개의치 마시고 우선 내년 상반기까지 부킹하시지요. 경기 하강 국면 조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빨리 판매 상황 점검하셔서 협의하시지요. 개발에서 전략 제품 저희 것으로 개발했는데 언제부터는 반영이 돼야 합니다.” 모든 제안이나 요청이 당신 거래처를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실제 거래처가 당신의 진심을 믿을 수 있게 행동해야 한다.

  물론 회사와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엔 당신의 상사가 모니터링하면서 균형을 잡아줄 것이다. 혹시 이런 기능에서 실수한다면 당신이 회사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세일즈2.0 시작은 당신이 거래처와 당신을 동일시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물론 ‘동일시’라는 개념은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부분과 공집합일 때에 한한다.

 요즘 ‘나는 가수다’를 보고 많은 것을 느낀다. 안주하지 않고 변하기 위한 몸부림, 노력 그리고 결실. 세일즈도 마찬가지다. 세일즈를 하면서 얼마나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거래처를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자 하는 노력은 모든 세일즈의 시작이다. ‘바잉 컨설턴트’가 되려면 우선 거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단, 즉 솔루션을 제공해 줄 수 있다. 그리고 여러분을 다른 시각에서 쳐다본다.

 당신의 거래처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자. 자기 회사라고 생각하고 일하면 회사 매출이 늘어나고 지속적인 신제품을 다자인하며 상대 거래처에 인정받으며 회사에서도 인정받으며 자신이 커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기 바란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덧 여러분에게 승진 기회가 주어진다.

 페어차일드 전무 kn.kim@fairchildsemi.com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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