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국면을 나타내는 한자어가 ‘난국(難局)’이다. 뜻을 풀이하면 어려운 고비를 뜻한다. 여기에 ‘총체적’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으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문장이 된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처한 상황이 바로 ‘난국’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연일 하락하면서 업계 전체가 불황의 늪에 빠져 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 실적도 그리 좋지 않은데다가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업계 수장들의 전망까지 여지없이 무너지면서 마땅한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미세공정 확대나 제품 다변화가 유일한 탈출구로 꼽히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메모리 시장에서 미세공정 확대 여부는 향후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다. 국내 업체들이 해외 경쟁업체에 비해 미세공정 투자에 앞서 있다는 것이 위안이다.
LCD 업계는 ‘총체적 난국’에 빠진 형국이다. 그동안 승승장구했던 LCD 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3분기 연속 적자에 시달리면서 ‘위기’에 몰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황을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표현할 정도다.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이 원인이지만 잘못된 예측으로 인한 과도한 투자가 결과적으로 총체적 난국을 불러왔다. 투자 확대가 발목을 잡으면서 난국을 벗어날 묘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위기를 느낀 업계는 조직 개편과 투자 재검토 등 비상약을 처방했으나 좀처럼 ‘약발’이 먹혀들지 않는다. 이미 판을 벌려놓은 해외 투자도 고민거리를 더하고 있다.
불황에 대비한 사전 준비가 미흡했던 것이 원인이라는 평가다. 최대 호황기를 누리고 있던 지난해 반도체와 LCD 전문가 중에서는 곧 다가올 불황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업계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당분간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전문가 예상보다 불황은 더 빨리 찾아왔다. 그만큼 난국도 빠르게 다가왔으며 대비도 턱없이 부족했다.
난국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그 상황을 벗어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난국을 헤쳐나온 경험이 풍부하다. 이제 그 지혜를 풀어놓자.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