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봄, 인터넷 벤처에는 여름

Photo Image
`넥스트젠 IT 부트캠프`에 참여한 중동 인터넷 벤처 CEO들.

 #1. 서른 살의 이집트 여성 야스민 엘메해리는 공동창업자와 함께 최근 ‘슈퍼마마’라는 웹서비스를 시작했다. 중동지역 여성을 위한 아랍어 사이트로 현재 10여명의 직원과 함께 일하고 있다. 그는 최근 미 국무부 글로벌기업가정신프로그램이 후원하는 IT창업지원활동 ‘넥스트젠 IT 부트캠프’에서 수상해 덴마크에서 연수할 기회까지 얻었다.

 

 #2. ‘베브투올락(Bev2ollak)’은 가입자들끼리 교통 혼잡지역 정보를 제공해주는 이집트 지역 서비스다. 웹과 앱으로 모두 제공하고 있으며, 이미 5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최근에는 이집트 최대 이동통신사인 보다폰과 전략적 제휴 및 광고계약을 맺어 수익모델도 만들어가는 중이다.

 

 인터넷으로 촉발된 ‘중동의 봄’ 이후 중동 국가의 ‘여름’에는 인터넷 창업 붐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9일 중동 민주화 운동을 거치며 인터넷의 위력과 가능성을 경험한 젊은 세대가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인터넷에서 찾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젊은 고학력자가 인터넷 창업에 몰리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세력이 인터넷을 또 다른 기회의 장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슈퍼마마’의 창업자 야스민 엘메해리는 “무바라크를 퇴진시켰다면 (인터넷으로) 또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카이로 아메리카 대학에 재학 중인 마르완 로쉬디는 세계 병원의 위치를 알려주는 앱을 개발 중이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다음에 어떤 일이 발생할 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스스로는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 외에도 ‘코도바닷컴(Qordoba.com)’ ‘베브투올락(Bev2ollak)’ ‘케이엔진’ 등이 대표적인 중동 자체적 서비스다. 이들 기업의 창업자들은 대부분 20대에서 30대 초반으로 대학졸업 이상의 학력을 갖춘 것이 공통점이다.

 높은 실업률도 중동 인터넷 벤처 붐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집트 실업자 중 90%는 30대 미만일 정도로 청년 실업률은 높다. 이들이 미래를 위한 돌파구로 창업비용과 진입 장벽이 낮은 인터넷 서비스 및 앱 개발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에서 인터넷 사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나온 서비스들이 글로벌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데다, 인터넷 보급률이 낮은 중동 지역에서 초기 진입할 경우 시장 선점 효과도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 사와리 벤처의 창업자 아메드 엘 알피는 “중동은 시장이 덜 혼잡하기 때문에 일찍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분명히 기회”라며 “최근 목격한 현상에 매우 고무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산업 성장의 가능성을 엿보고 발 빠르게 투자에 나섰다. 미 국무부는 최근 글로벌기업가정신프로그램 일환인 ‘넥스트젠 IT 부트캠프’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고 19개 중동 인터넷 벤처를 초청했다. 이 중 가능성이 높은 4곳을 선정해 미국과 덴마크에서 연수기회를 주는 한편, 행사에 참여한 미국 기업가들은 12만5000달러의 펀드를 조성해 창업을 지원키로 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