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모의 전전긍긍] 이나모리 가즈오의 교훈

Photo Image

 어느 사회나 존경받는 부자가 되기 어려운 세상이다. 일평생 모은 부와 명예를 모두 버리기는 더욱 쉽지 않은 게 세상 이치다.

 그는 일본 규슈 남단 가고시마에서 6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나 후기대학인 가고시마대학 공학부 응용화학과를 나왔다. 한마디로 말하면 지방 국립대 출신이다. 첫 직장 쇼와공업은 법정관리 상태로 월급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결국 27세에 자기 전공을 살려 여기저기 돈을 꿔 창업한 회사가 교토세라믹이다. 이 회사가 50년 후 세계 100대 글로벌기업으로 우뚝 선 교세라이고 그는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마쓰시타전기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혼다자동차을 세운 혼다 소이치로와 함께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이다. 현재 여든 살인 그는 ‘살아 있는 경영의 신’으로 불린다. 2005년 교세라 명예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선불교 승려가 됐다. 하지만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의 간청을 못 이기고 위기에 빠진 일본항공(JAL)의 구원투수로 나선다. 그는 다 쓰러져가는 일본항공을 맡은 지 14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시켜 경영능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씨 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우장춘 박사의 넷째 사위로 한국과도 인연을 맺고 있다.

 창업 3년 만에 첫 노사 분규를 겪은 이나모리는 이를 계기로 경영이념을 ‘전 종업원의 물심양면에 걸친 행복을 추구한다’로 정하고 경영자와 종업원의 관계를 수평적 파트너로 삼았다. 또 종업원 모두가 경영자가 되도록 공정별·제품군별로 작은 조직으로 나눠 각자에게 하나의 중소기업처럼 경영을 맡겼다. 이른바 ‘아메바 경영’이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존경을 받는 이유는 그가 경영을 잘해서만은 아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을 만들어 일본의 차세대 정치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처럼 세이와주쿠(盛和塾)를 세워 일본을 넘어 세계 최고의 경영 아카데미를 일궈 수많은 경영자를 배출해냈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영도조선소에서 수주난을 이유로 정리해고에 들어가자 노조는 파업으로 맞섰다. 회사는 다시 직장폐쇄로 대응했고 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은 크레인으로 올라가 7개월째 고공농성 중이다. 여기에 노조를 지지하는 노동단체와 시민들은 전국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와 노조원들을 격려했다. 이제 한진중공업 사태는 정치권으로 번져 여야가 이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양상이다. 재벌 2세인 이 회사 회장은 사태 해결에도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이나모리는 인생을 80세로 볼때 태어나서 20년은 사회에 나가기 위한 준비기간이고, 다음 40년은 사회를 위해 자신을 갈고 닦으며 일하는 기간이며, 마지막 20년은 죽음을 준비하는 기간이라 여기고 65세에 출가한다. 대기업 회장을 지낸 사람이 이 집 저 집 돌며 탁발도 마다하지 않는 혹독한 수행을 했다.

 이나모리는 교세라를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전문 경영인에게 맡겼다. 얼마 전 일본 대지진때도 자신의 재산 상당 부분을 기부했다. 그는 결코 액수를 말하지 않았다. 역시 이나모리답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고 한다. 일평생 수많은 재산을 모았더라도 저승갈 때는 빈손으로 가는 게 세상사다. 옛 사람들은 환갑 이후의 삶은 덤이라고도 했다.

 한진중공업 사태를 보며 ‘버리고 떠나기’를 실천하고 있는 이나모리 가즈오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홍승모 전자산업부 부국장 smho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