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이 크게 개선된 새로운 구조의 제올라이트(zeolite)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제올라이트는 지구상에 풍부한 실리카(모래 주성분)와 알루미늄으로 이뤄진 결정형 광물로 화학 촉매제로 주로 사용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유룡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벌집 모양으로 큰 구멍(메조 나노기공)과 작은 구멍(마이크로 나노기공)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제올라이트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제올라이트 결정 내부에는 작은 분자들이 드나드는 지름 1나노미터(㎚;10억분의 1m)이하 크기의 수많은 구멍이 존재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제올라이트는 결정 속 구멍의 크기가 1㎚ 이하이기 때문에, 이보다 큰 분자는 구멍에 들어갈 수가 없을 뿐 아니라 반응 물질이 제올라이트 내부로 확산되는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유룡 교수팀은 제올라이트 내부 구멍을 만드는데 특수 설계한 계면활성제를 사용해 작은 구멍과 큰 구멍을 가진 제올라이트를 개발했다. 두 가지 크기의 구멍이 존재하는 이 벌집모양 제올라이트로 촉매 성능을 시험한 결과, 기존 제올라이트에 비해 촉매로서의 효율성이 월등히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룡 교수는 이에 대해 “작은 구멍에서 반응할 분자들도 큰 구멍을 통해 작은 구멍까지 더욱 빨리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복잡한 도시에서 도로 하나만 있을 때 보다 큰 도로와 작은 도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면 교통 흐름이 원활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특히 산업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화학 반응 과정에서 고성능 촉매로 사용될 전망이다. 연구진은 이미 미국의 엑손 모빌 등 대형 석유화학업체들과 상용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