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요즘 EBS를 많이 본다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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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호 객원논설위원·광운대 정보콘텐츠대학원장 kshkbh@kw.ac.kr

 

 요즘 시중에선 “EBS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데”라는 말이 심심찮게 회자(膾炙)된다. 내 집 TV도 하늘의 별 만큼(?)이나 많은 방송 채널 가운데 교육방송 채널에 고정한 경우가 많다. 빈 말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은 친교 자리에서도 가끔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근원인(近遠因)이 아주 간단하다. 요즘 방송이 “너무 비슷비슷한 까닭에 별로 볼 게 없어서”란다.

 좀 과장되게 말하면 EBS 빼고 채널이 다 엇비슷하다. 바꿔 말하면 차별화, 특성화가 안 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어느 방송사의 한 프로그램이 떴다 하면 경쟁적으로 베껴먹는 현상이 지나치다. 무슨 온 국민을 ‘연예인’으로 만들 작정인지, 바야흐로 온 나라가 ‘오디션 공화국’으로 접어든 느낌을 지울 길이 없다.

 이러한 현상에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나라가 방송 빅뱅 시대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연내에 4대 지상파와 맞먹는 4개 종편 채널이 등장할 것이다. 광고시장은 약육강식의 이전투구가 예상된다. 지역 SO는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될 것이 뻔하다. 시청률 경쟁은 물불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살아남기 작전은 막장 프로그램으로 치달을 지도 모른다.

 어쩌자고 조그만 땅에 종편을 한꺼번에 4개씩이나 허가한단 말인가. 저질방송을 걸러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선 전문가와 적격자를 찾아보기 어려우니 참으로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시청자들이 EBS를 많이 보는 이유는 다른 채널과 달리 좀 차분하고, 사람 사는 얘기를 많이 다루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주말 지상파 채널들은 시끄럽기 그지없다. 스포츠맨이 개그맨으로 변신해 끌고 가는 한 프로그램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온 나라를 ‘고성(高聲)과 사투리’로 오염시키는 부정적 측면을 간과한다. 누구나 방송에 몇 번 나오면 방송인이 되는 나라(?)가 됐지만 방송인이 되기 위한 기본 소양과 교육이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러한 환경에서 EBS의 존재 가치는 돋보인다. 다른 지상파 방송이 하지 못하는 공적 기능을 거의 도맡아 한다. 프로그램 질도 우수하다. 이렇게 좋아진 EBS가 다른 방송사의 모범 역할을 더 할 수 있도록 3고(三高)를 경계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첫째, 국영에서 공영으로 바뀌면서 임금이 올랐다. 반드시 고임금이 능사는 아니다. 공영방송인은 일정의 돈도 필요하지만 명예가 더 중요하다. 둘째, 고제작비가 능사는 아니다. 지금처럼 제작비가 덜 든 소박한 다큐멘터리도 편안하게 보는 이들이 꽤 많다. 셋째, 자세를 더욱 낮춰라. 방송인은 시청자에게 봉사하는 사람이다. 고자세는 시청자 뿐 아니라 자신을 망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많이 본다고 할 때, 더 잘해라. 신뢰는 구성원들이 지키고 쌓아가야 할 자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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