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스마트폰 SW특허 함정<중>나는 해외업체, 기는 국내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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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이 400여건인데, 삼성전자와 KT를 합쳐 10여건에 불과했다.”

 지난 2009년 스마트폰 화면 터치 유저인터페이스(UI) 특허 현황을 조사한 한 변리사의 증언이다. 특허의 질을 차치하더라도 특허 수에서 게임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애플은 지난달 두 손가락과 한 손가락을 동시에 조작하는 멀티터치 제스처(행동) 특허를 3년 만에 취득했다. 지난주에는 아이폰의 데이터를 물을 따르듯 아이패드에 옮기는 제스처 특허까지 신청했다. 소프트웨어(SW)와 같은 기술 특허뿐만 아니라 기기 조작 방식까지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특허를 확보 중이다. 국내 휴대폰업체 한 관계자는 “이들 특허가 당장 특허침해 소송용으로 활용되지 않아도 향후 자신들의 특허 방어나 크로스 라이선스 카드로 우리를 위협할 것으로 보여 아찔하다”고 토로했다.

 애플은 최근 캐나다 통신장비 업체 노텔의 특허 6000여건을 낙찰 받으며 특허전쟁의 기세를 더욱 올리고 있다. 무려 45억달러라는 거금을 배팅하며 구글, 삼성전자 등을 제치고 이들 특허를 확보했다. 6000여건의 특허 포토폴리오에는 인터넷 검색, 소셜 네트워크 등 다양한 SW 특허도 포함돼 SW 특허에 취약한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대만 HTC도 특허전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주 미국 그래픽카드 솔루션업체 S3그래픽스를 3억달러에 인수한 것은 상징적인 대응으로 꼽힌다. 다소 많은 인수금액으로 HTC의 주가가 급락했지만, HTC는 이 회사 인수로 현재 맞소송 중인 애플과 특허전에서 유리한 위치에 올라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S3그래픽스가 애플과 특허소송에서 승소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SW업체의 대표주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특허를 아예 주요 비즈니스로 삼는 양상이다. 시애틀타임스는 MS가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에 무차별 특허공세를 취하면서 연간 특허료 수입만 10억달러(약 1조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글로벌 모바일 SW업체 한 사장은 “MS는 최근 삼성전자에 안드로이드의 특허침해와 관련해 스마트폰 한 대당 15달러 정도의 특허료를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 이 금액은 다분히 전략적인 공세”라며 “현재 MS는 자체 개발한 모바일 운용체계(OS) ‘윈도7’의 한 카피 가격을 15달러선에 제시하고 있으니, 특허를 빌미로 윈도폰 확대를 노리는 다중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로펌에서 활약 중인 한 미국특허변호사는 “삼성전자 등 국내 휴대폰업체들도 SW 특허 취득에 의욕은 강하지만, 회사 내부 정책이 좋은 특허를 못내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미국업체의 10분의 1 수준인 낮은 특허취득 수수료 책정으로 변리사가 무성의하게 특허를 작성하고 정작 소송전에서는 무효가 될 우려도 높다”고 지적했다.

 장지영·성현희기자 jyajang@etnews.co.kr

 

 ◇해외업체 특허전쟁 준비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