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보다는 취업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최근 열린 창업아이디어 공모전에 참가한 모 여대팀 대표 A씨(여·23세)가 밝힌 수상 소감이다. 독특한 인터넷 쇼핑몰 아이디어를 갖고 출품해 주목을 받은 A씨는 포상금을 받더라도 창업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엄지민 학생(여·숭실대 국제통상학과 3년)은 1학년때부터 창업동아리 활동을 하며 창업에 관심을 보였지만 지금은 창업계획을 접었다. 그는 “창업으로 성공한 여자 선배를 본 적도 없고 여자가 창업해 성공하기 힘든 사회라는 막연한 불안감도 가졌다”고 설명했다.
청년 창업자의 남성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최근 대학가에 스타트업(Start-Up) 창업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으나, 이들중 여성 CEO를 꿈꾸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CEO뿐만 아니다. 창업 팀원으로 여성을 찾는 것도 녹녹치 않다. 각종 아이디어 공모전 그리고 성공 벤처사업가가 멘토로 나서는 멘토링 행사에 가보면 남성이 절대적 주류를 이룬다.
대학생 창업인프라인 창업보육센터 입주 현황을 보면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여성벤처협회에 따르면 대학이 운영하는 228개 창업보육센터중 여자대학은 배화여대·광주여대·한국폴리텍여대·수원여대 4곳이다. 이곳에 입주한 55개사 가운데 여성이 대표로 있는 기업 수는 고작 15개사(27.3%)에 불과하다.
현장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강은희 한국IT여성기업인협회장은 “과거 벤처 붐 때만 해도 여성 창업이 활발했는데 지금은 젊은 여사장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우수 여성인재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창업한 유동호 핀포스터 대표(27)는 “앱이나 웹 개발에 관심 있는 인력을 봤을 때 남학생들이 절대적으로 많다”면서 “창업 후 네트워킹할 곳을 알아봐도 여성이 대표인 회사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청년 여성 CEO가 기근현상을 보이면서, 합리적이고 소통 능력이 뛰어나 지식서비스산업에 적합한 여성 CEO들이 다수 배출되기 위한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정숙 여성벤처협회장은 “지금은 아이디어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지식서비스산업 시대다. 여성기업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등 이들이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도 “우리 사회가 많이 바뀌었지만 여성, 특히 젊은 여성들이 사업하는 여건은 안 돼 있다”면서 “일자리 안정성 측면과 비정규직 문제, 그리고 낮은 임금 등을 고려할 때 여성에 대한 지원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박정아 쇼에듀 대표는 “여성창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다. 사회생활과 가정 일을 병행해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선입견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류창완 한양대 교수는 “창업으로 성공한 여성 롤 모델이 없는 것도 한 가지 이유”라며 “여성 창업에 대한 낮은 인식으로 여성의 경우 아직도 투자 유치가 힘든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표>여성벤처 CEO 연령별 현황
*자료:여성벤처협회
김준배·정진욱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