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제대로 보존되지 못해 다시 태어날 수 없는 상태일 뿐이다!"
9일 조선일보 등 일부 국내 언론들이 최근 20세기 과학고전으로 꼽히는 `냉동인간(원제 The Prospect of Immortality)`의 저자 로버트 에틴거(Robert Ettinger)를 다시 주목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에틴거는 인체 냉동보존을 이론적으로 최초로 제안한 물리학자다. 50년 전 이미 컴퓨터, 생명공학, 신경공학 분야의 기술을 사용해 인간의 정신적, 신체적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불멸의 생을 얻을 수 있다는 놀라운 전망을 이론적으로 정립한 인체 냉동 보존술의 아버지다. 1940년대에 개구리의 정자를 냉동시켜 가수면 상태로 유지한 뒤에 소생시키는 실험을 목격한 후 동일한 방법을 인체에 적용할 수 있음을 확신하고 인체 냉동보존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으며, `냉동인간`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과학적으로 정리하여 발표했다. 그는 머지 않은 미래에 냉동인간 중심의 사회가 반드시 실현될 것임을 확신하여 자신의 부인과 어머니 역시 냉동보존재단의 시설에 냉동 보존하고 있다.
그는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난 그렇게 젊지 않으니 몇년 안에 냉각기에 들어가겠지만, 인류의 과학 기술이 허락하는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깨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깨어나면 아내와 어머니가 더 젊을 것 같다는 질문에 그는 “늙는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라 질병이기 때문에, 예방하고 치유하려는 것"이라며 "냉동인간을 깨어나게 하는 시점엔 질병과 상처를 치료하고 젊음까지 되돌리는 기술도 실현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의 주장은 한결같다. 불멸이나 무신론이 아니다. 지금보다 더 오래 인간이 살 수 있다는 것. 그는 "노화와 질병으로 자연사하지 않을 자유를 말하는 것"이라며 "신은 인간에게 왜 뛰어난 뇌를 줬겠어? 짐승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지만, 인간은 투쟁하면서 살아가. 그게 본성이지. 투쟁하면서 인간과 자연을 함께 향상시키라고 신은 인간에게 뛰어난 뇌를 준 것이지"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은 언론 기고문에서 "현대 과학은 아직까지 냉동 인간을 소생시킬 수 있는 수준에 오지 못했다"며 "인체냉동보존술이 실현되려면 해동 이후 뇌 세포를 복구하는 기술부터 가능해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포의 복구는 분자 수준에서 물체를 조작하는 나노 기술과 연결되는데, 인체냉동보존술의 성패는 나노 기술의 발전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냉동인간은 어떤 책 = 국내 한 출판사가 20세기를 이끈 기념비적인 과학 고전들을 원전 그대로 소개하는 ‘모던&클래식’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50여년만인 지난 4월 국내 번역 소개된 것이다.
인체 냉동 보존술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며 생명공학 기술은 물론 포스트휴머니즘 담론에 한 획을 그은 로버트 에틴거의 `냉동인간`은 1962년 미국에서 초판이 출간된 작품이다. 이 책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하던 냉동 인간의 실현 가능성이 과학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인체 냉동보존술은 이론적으로 설명하면 뇌 기능이 정지하고 혈액이 순환하지 않으며 인간의 모든 생명활동이 정지되어 부패가 진행되는 죽음의 순간에 인체를 급속도로 냉동시킨 다음 시간이 지난 후 냉동했던 인체를 되살린다는 것이다. 에틴거는 이 책에서 극단적으로 낮은 온도에서는 화학적 움직임이 완전히 멈춘다는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인체를 액체질소 속에 냉동시킨 후 기술이 발달한 미래에 냉동과정에서 생긴 손상을 치료하고 사망의 최초원인을 되돌릴 수 있을 때까지 보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것은 단순히 과학적 가능성의 문제를 뛰어 넘어 종교적, 철학적, 제도적 문제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다. 이에 대해 에틴거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삶과 죽음에 대한 고정관념에 문제를 제기하며 동면중인 사람들도 살아있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법적, 제도적 권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 불멸의 시대를 전망하며 집필한 지 50년이 흐른 지금, 그의 인체 냉동 보존술은 아직 미완의 기술로 남아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인체 냉동보존 서비스 조직인 미국의 알코어 생명연장 재단에 따르면 100여 구의 시체가 냉동된 채 부활을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과학 발전의 속도로 볼 때, 2040년 경에는 냉동 보존에 의해 소생한 최초의 인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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