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CJ헬로비전이 상장시기를 놓고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지난 5월 상장을 목표로 준비해왔던 이 회사는 한차례 상장을 미뤘다. 증권가에서 올해 4분기에 상장한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8일 “상장을 해야 하긴 하는데 정확한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에서 미래 가치를 최대한 인정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CJ헬로비전은 그룹 관계사인 CJ E&M이 최근 내놓은 SO 4개사를 인수할 유력한 회사로 지목되고 있고, 4개사를 합치면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서는 당분간 다른 회사가 넘보기 힘든 1위 사업자가 된다. 지난해 4342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액을 내기까지 했지만 상장 시기를 고심할 처지에 내몰린 것.
이유는 올해 상장한 방송 플랫폼 사업자인 현대에이치씨엔(HCN)과 KT스카이라이프의 주가 흐름과 관련 있다.
KT스카이라이프가 상장(지난달 3일)한 지 한달이 지난 8일 이 회사 주가는 (종가기준) 2만2350원이다. 상장 공모가 1만7000원보다 약 30% 올랐다. 상장 첫날부터 상한가까지 치솟으며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달 30일에는 이 회사 회사채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기업어음은 A2에서 A2+로 4년 연속 올랐다. 반면 지난해 12월 상장한 현대HCN은 주가가 2380원이다. 공모가인 3800원보다 오히려 1420원 떨어졌다. 상장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상장 때 기업가치 대비 현금창출력(EV/EBITDA)을 기준으로 공모가를 산출할 때도 현대HCN은 케이블TV 업계 평균인 6.4배에서 할인된 4.8~5.7배 수준을 적용 받았다. KT스카이라이프는 7~15배를 적용받았다.
같은 방송 플랫폼 사업자지만 이렇게 엇갈린 주가 흐름을 보이는 데는 최근 유료방송 시장 구도가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IPTV·위성방송 외에도 스마트TV, 모바일 N스크린 서비스 등 기존 케이블TV를 거치던 방송 플랫폼이 다양해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방송 플랫폼은 이미 포화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 규모는 그대로인데 사업자가 늘면 기존 시장 지배자는 점유율을 잃는게 정해진 수순이다. 실제로 KT스카이라이프가 모회사 KT와 손잡고 내놓은 결합상품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가 6월말 기준 96만명의 가입자를 모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OTS를 합한 전체 위성방송 가입자 수도 304만으로, 1·2위 MSO CJ헬로비전(약 347만)과 티브로드(약 317만)를 위협하고 있다. 케이블TV에서 이탈한 가입자가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으로 갈아타고 있는 것이다.
CJ헬로비전 상장 주관사인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방송 플랫폼의 최근 주가 흐름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최대한 빨리 상장할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일정이 잡힌게 없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